골든 슬럼버 Golden Slumber (2010)

2010.08.13 22:47

DJUNA 조회 수:12645


총리 암살과 누명 쓴 남자. 엄청나게 심각하고 컴컴한 음모론 스릴러의 재료입니다. 하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골든 슬럼버]에는 그런 심각함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화는 비정치적이고 개인적이고 나른하고 비현실적이고 코믹합니다.


초반 도입부 몇 분만 봐도 영화의 의도가 보입니다. 주인공 택배기사 아오야기는 오래간만에 만난 대학동창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총리 암살범의 누명을 쓰는데, 이 하늘이 뒤집히는 소동을 겪는 동안 각본가나 캐릭터들 중 어느 누구도 상식적인 우선 순위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가 총리를 암살하고 아오야기를 희생양으로 삼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거죠. 


영화는 스릴러보다 낙천적인 코미디를 위해 재단되어 있습니다. 아오야기는 험악한 상황에 빠져 있지만 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옛 동창생, 그의 도움을 받은 적 있는 아이돌, 어쩌다 병원에서 만난 할아버지 그리고 심지어 연쇄살인마까지. 이들의 도움을 받는 동안 아오야기의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 여전히 그는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누명을 벗기고 싶지만 계속 이런 도움을 받으며 버티다보니 잡히지 않고 오래 버티며 열심히 달아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게 되지요. 어쩌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되어 버린 겁니다.


이런 건 영국식 삼가말하기와 마찬가지로 일본 주류 코미디의 전형적인 태도입니다. 단지 전 이런 태도에 그렇게 몰입할 수는 없겠더군요. 저에겐 이들의 이런 무난한 낙천성은 지나치게 달게 느껴집니다. 감상적인 개인주의가 너무 강해요. 이런 코미디를 위해 동원한 환상적인 설정들도 농담을 인공적으로 폭로하는 것처럼 보이고요. 영화의 비정치성은 스토리 안에서 전복적일 수도 있겠지만 보다 큰 그림 안에서는 조금 비겁해보입니다. 원작은 어땠을지 모르겠군요. 각색과정 중 삭제된 부분들이 어느 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일본 내수용 주류 대중영화들이 그렇듯, [골든 슬럼버]는 그냥 무난하고 안전해보입니다. 영화보다는 텔레비전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연기나 액션 역시 보기 편한 정도로, 극장용 영화에 어울리는 무게를 느낄 수 없습니다. 이 태도가 영화 내용에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영화 내용에 맞추어 태도를 선택한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0/08/13) 



기타등등

왜 주인공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릴까봐 그랬던 걸까요.


감독: Yoshihiro Nakamura, 출연: Masato Sakai, Yûko Takeuchi, Hidetaka Yoshioka, Gekidan Hitori


IMDb http://www.imdb.com/title/tt141352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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