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돈 허츠펠트의 첫 번째 디지털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하시면 착각. 애들 낙서처럼 그려진 캐릭터들이 우울한 일을 겪는 건 여전합니다. 단지 종이에 그렸을 때보다 배경이 더 컬러풀해지긴 했어요.

SF입니다. 에밀리라는 어린 소녀가 미래에서 온 자신의 제3세대 클론의 방문을 받습니다. 클론은 에밀리를 미래로 데려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클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나온 SF 클리셰의 총집합소와 같습니다. 로봇, 우주여행, 기억 저장, 클로닝과 같은 이야기들이 마치 50년대 미래 배경의 SF처럼 전형적인 방식으로 쏟아집니다.

하지만 허츠펠트의 우울하면서도 코믹한 필터를 통하자, 이 뻔한 재료들은 놀라울 정도로 시적인 존재로 탈바꿈합니다. 더 이상 인간에게 소용이 없어진 뒤에도 여전히 어둠을 두려워하며 영원히 태양을 향해 걸어가는 달세계의 로봇들처럼요. 이런 이야기들이 클론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담겨 관객들을 습격하는데, 보고 있으면 정말 울컥합니다.

리뷰를 쓰기 싫은 영화입니다. 그만큼 직접 보고 체험해야 할 것들이 많은 영화예요. 대충 그린 졸라맨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는 17분짜리 단편이지만 최근 나온 SF 영화 중 최고입니다. 누군가는 우리 세대의 [환송대La Jetée]라고 하던데, 정말 동의하고 싶어집니다. (15/10/28)

★★★★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클론 역 성우는 애니메이터인 줄리아 포츠입니다. 에밀리 역 성우 위노나 메이는 감독의 조카인데 그림 그리고 노는 동안 대사를 땄다고 해요.


감독: Don Hertzfeldt, 배우: Winona Mae, Julia Pott

IMDb http://www.imdb.com/title/tt417103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4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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