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풀이 [패션 오브 어거스틴]이라는 새 기숙학교 영화를 갖고 돌아왔습니다. 전작 [상실의 시대]와는 달리 찐한 로맨스 영화 같은 건 아닙니다. 시대배경은 1960년대. 무대는 퀘벡에 있는 작은 가톨릭계 여자기숙학교입니다. 이 학교의 성격은 확실치 않은데, 아무래도 일반 기숙학교였다가 원장인 오귀스틴 수녀의 노력으로 음악 교육이 강화된 곳 같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오귀스틴 수녀는 바쁩니다. 일단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선언 이후 가톨릭 내 분위기와 규칙이 완전히 바뀌었고 수녀원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학교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고요. 그리고 오귀스틴 수녀의 학교 시절 친구가 알리스라는 딸을 맡기고 갔는데, 이 아이는 재능있는 피아니스트지만 오귀스틴 수녀와 계속 충돌합니다.

오귀스틴 수녀의 입장은 복잡미묘합니다. 진보와 보수 어느 한 쪽에 서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통제한다는 아이디어에는 질색을 하지만 가톨릭 교회 내의 성차별에는 또 반발하는 식이죠. 알리스와의 갈등에서도 당연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요. 하지만 어느 쪽이건 유능하고 자기중심적이고 까다로운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영화가 가장 성공한 부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선언 이후 퀘벡 가톨릭 교도의 경험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익숙해져왔던 세계가 갑자기 무너진 상황에서 다들 이전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어느 게 옳고 어느 게 그른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거죠. 영화는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을 통해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꼼꼼하게 그립니다.

드라마는 조금 약한 편입니다. 캐릭터는 선명하고 시대배경 안에 잘 녹아 있지만 뭔가 더 할 수도 있는데 그 전에 주저앉은 거 같습니다. 특히 알리스는 드라마가 조금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귀스틴 수녀의 마지막 결정도 이 사람의 내면을 조금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더 와닿았을 거 같고요.

음악영화로서는 현실적입니다. 영화를 위해 가다듬은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대신 딱 그런 음악학교에서 나올 법한 연주와 노래가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음 속에서 녹아드는 것이죠. 투박하지만 매력적입니다. (15/05/11)

★★★

기타등등
알리스 역의 리장드르 메나르는 배우가 아니라 실제 피아니스트입니다. 원래부터 연기가 가능한 피아니스트를 캐스팅할 생각이었나봐요.


감독: Léa Pool, 배우: Céline Bonnier, Valérie Blais, Anne-Élisabeth Bossé, Danielle Fichaud, Maude Guérin, Andrée Lachapelle, Yogane Lacombe, Lysandre Ménard, Tiffany Montambault, 다른 제목: The Passion of Augustine

IMDb http://www.imdb.com/title/tt439243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8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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