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2011.02.25 22:47

DJUNA 조회 수:12768


조지 놀피의 [컨트롤러]는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Adjustment Team]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원작은 평범한 소시민이 일련의 연쇄작용을 통해 역사를 통제하는 신비스러운 존재들을 만난다는 내용이죠. 전형적인 필립 K. 딕 스타일의 편집증 스토리입니다. 


이 원작으로 만든 영화는 한 없이 컴컴해질 수 있겠지만, 놀피는 예상 외로 로맨스를 택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 노리스는 상원의원의 자리를 노리는 젊은 정치가인데, 어느 날 매력적인 무용수인 엘리즈 셀라스를 만납니다.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사실 그래서는 안 되었죠. 인류 역사를 관리하는 초자연적인 집단인 '교정국'의 계획에 따르면 둘은 결코 결혼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교정국 신참 직원의 실수로 교정국의 존재를 알게 된 데이빗은 고민합니다. 인류의 미래와 두 사람 모두의 경력을 위해 사랑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따를 것인가.


아시겠습니까? 이 영화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나 [전도사의 아내], [천국의 사도 조단]과 같은 40년대식 판타지 로맨스인 겁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있고, 그들을 훼방놓으며 정해진 운명을 집행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교정국'이라는 곳은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거대 기업이나 관공서 같은 곳으로, 그들의 행동 역시 그런 데에서 일하는 남자들과 똑같습니다. (왜 남자들만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컨트롤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분명한 스토리 라인과 주제가 존재하는데도, 장르를 잘못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필립 K. 딕의 이름에 얽혀서 그런 건지,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네들이 SF 액션 영화를 찍는 줄 알아요. 이 영화엔 악의를 품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안 나오고, 교통사고 이상의 폭력장면은 등장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더 이상 SF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여전히 깜찍하니 귀엽습니다. 로맨스가 거칠고,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심각한 척 하긴 하지만, 그래도 관객들은 두 주인공의 운명에 관심을 가질 겁니다. 이 영화에서 방해꾼 역할을 하는 교정국 직원들도 그 정도면 어설프게 귀엽고, 자유의지에 대한 토론은 충분히 로맨틱하며, 결말도 흐뭇합니다. 단지 이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기네들이 다루고 있는 영화의 성격을 분명히 알고 거기에 매진했다면 더 만족스러운 데이트 영화가 나왔을 거란 말이죠. (11/02/25)


★★☆


기타등등

보면서 며칠 전에 본 [타이머]가 생각나더군요. 소재나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감독: George Nolfi, 출연: Matt Damon, Emily Blunt, Terence Stamp, Anthony Mackie, John Slattery, Michael Kelly, Jessica Lee Kell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38582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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