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터널 The Tunnel (2011)

2012.11.18 16:46

DJUNA 조회 수:11032


[더 터널]은 호주 호러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튀는 것은 제작방식이죠.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았고 짧은 극장 개봉 이후 비트토렌트로 파일을 풀었어요. 속편을 만든다는 소리가 들리니 손해를 보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여간 [맨 프롬 어스]가 그랬던 것처럼, 보통 이런 식의 극저예산 영화가 얻기 어려운 수의 관객들을 무료 다운로드를 통해 얻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무대는 시드니 밑에 버려진 지하 터널입니다. 이전에는 지하철 용으로 사용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방공호용으로 이용되었던 곳이죠. 물부족이 심각해지자, 2007년 뉴 사우스 웨일즈 정부에서는 지하 터널에 고인 물을 재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하지만 터널에 사는 노숙자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계획은 은근슬쩍 취소되어 버렸죠. 이렇게 되자, 주인공인 저널리스트 나타샤 워너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내기 위해 네 명의 스태프들을 이끌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가짜 다큐멘터리입니다. [블레어 윗치]처럼 파운드 푸티지라고 하긴 어려워요. 영화는 나타샤 워너와 카메라맨 스티브 밀러의 인터뷰를 통해 진행되거든요. 찍는 동안 험악한 일을 겪긴 했지만 적어도 이 두 사람은 살아남았고, 사용된 푸티지도 그들의 동의하에 편집되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나타샤 워너가 정말로 이런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에 동의했다고 믿기는 지극히 어렵지만 말입니다. 굉장히 짜증나는 사람으로 나오거든요.

이런 정통적인 다큐멘터리 방식도 훌륭한 호러영화의 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방송]이나 [고스트 와치]와 같은 작품들은 모두 훌륭한 호러잖습니까. 하지만 생존자가 누구인지 시작부터 알려주면서 시작하는 이런 방식은 영화의 서스펜스를 상당히 망쳐버립니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가 주는 고립감과 폐소공포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게다가 배경지식을 제공하고 캐릭터를 설명하는 도입부가 너무 길어서 지칩니다. 90분짜리 영화인데 터널로 내려가려면 40분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 역시 그렇게 재미는 없습니다. 결말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지요. 배경이 되는 터널은 매력적인 호러 공간입니다. 그래도 배경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식의 비슷한 공간을 배경으로 수많은 영화들이 나왔어요. 그냥 무서운 공간에 주인공들을 가두는 것으로 차별성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결국 나온 건 그냥 정체불명의 인간형 괴물이 터널 속에서 살면서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인다는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같은 건 양념일 뿐이고 캐릭터들은 짜증납니다. 비슷한 공간을 다룬 영화는 얼마 전에 개봉했던 [그레이브 인카운터]가 훨씬 무서웠어요. 더 재미있기도 했고요. [더 터널]은 한없이 익숙한 공포효과를 지루하게 반복할 뿐인데, 심지어 양도 적습니다.  (12/11/17)

★★

기타등등
스코프 비율입니다. 전 올바른 선택 같지 않습니다. 멀쩡한 정신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면 영화 효과를 내기 위해 원래 화면을 크로핑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감독: Carlo Ledesma, 배우: Bel Deliá, Andy Rodoreda, Steve Davis, Luke Arnold, Goran D. Kleut, James Caitlin

IMDb http://www.imdb.com/title/tt173548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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