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악령 The Fury (1978)

2012.08.04 15:48

DJUNA 조회 수:7359


1970년대부터 80년대 사이엔 초능력에 대한 영화들이 은근히 많이 나왔죠. 초자연현상에 대한 당시의 관심이 유난히 컸기 때문일 거예요. 전 그 중 세 편이 유달리 헛갈리는데, 하나는 오늘 소개할 브라이언 드 팔마의 [분노의 악령]이고, 나머지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초인지대]와 [스캐너스]죠. 특히 [분노의 악령]과 [초인지대]는 출시제와 원제가 잘 연결도 안 되는 데다가...

하여간 [분노의 악령(네이버엔 [전율의 텔레파시]로 되어있고 저도 거기에 더 익숙하며 악령 같은 건 나오지도 않으니 차라리 그걸 쓰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은 당시에 인기있었던 존 패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길리언은 초능력이 있는 소녀인데, 파라곤이라는 연구소에서 능력을 실험 중이죠. 그런데 연구소 뒤에는 정체불명의 국가기관이 버티고 있고, 그 국가기관에서는 1년 전에 기관의 요원인 피터 산자를 살해하고 그의 초능력자 아들 로빈을 납치하려 했었죠. 용하게 살아남은 피터는 기관이 빼돌린 로빈을 되찾기 위해 길리언의 힘을 빌리려하고, 그러기 위해 그와 애인 사이인 파라곤의 직원 헤스터를 이용해 길리언을 빼돌려야 하지요.

좀 장황하죠. 영화를 봐도 장황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원작을 망친 각본가를 탓할 것도 없는 게, 각본가가 원작자인 존 패리스란 말입니다. 하긴 원작자가 각본을 쓸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작가 자신은 소설의 이야기와 설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정작 다른 사람들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 착각해버리는 거죠. 그 때문인지 이야기와 액션이 잔뜩 나오긴 하는데, 이 사람들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동기가 뭔지, 이 영화의 초점은 뭔지, 그냥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영화 끝날 때까지 그래요.

제 생각에, 이 영화를 즐기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이 몰입할 주인공이 없다는 것 같습니다. 액션의 주인공인 피터 산자는 처음엔 어색하게 007 흉내를 내다가 나중엔 냉담한 살인자가 되어버려요. 길리언은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역할이 없고요. 로빈은 초반 몇 분을 제외하면 그냥 괴물입니다. 캐릭터가 사람들의 기대를 따라가지 않아요. 소설에서는 달랐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영화는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그 기대가 배반당할 때 발생하는 괴상한 쾌감이 있긴 한데, 그렇다고 그게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캐리]를 생각해보면 브라이언 드 팔마의 화려한 스타일과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결합해 뭔가 불꽃터지는 결과물이 나올 것도 같은데, 예상외로 영화는 절제되어 있습니다. 아마 드 팔마는 뭔가를 더 하고 싶었겠지만, 각본이 계속 그것을 막아놔서 그렇겠죠. 길리언이 비전을 보는 장면처럼 "아, 역시 드 팔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여기저기 있긴 한데, 그런 장면은 소수이고, 오히려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피터 산자의 액션이 더 두드러져 있어서 실망스러워요. 결국 작품 전체보다는 드 팔마 트레이드 마크가 박혀 있는 몇몇 장면과, 릭 베이커의 솜씨가 발휘된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될 영화입니다. (12/08/04) 

★★☆

기타등등
피터 산자에게 잡혀 곤욕을 치르는 경찰 중 한 명이 데니스 프란츠더군요. 이 사람은 [드레스드 투 킬]에도 나오던데. 다시 보면 이런 식으로 눈에 들어오는 배우들이 있지요. 


감독: Brian De Palma, 출연: Kirk Douglas, John Cassavetes, Carrie Snodgress, Charles Durning, Amy Irving, Fiona Lewis, Andrew Stevens, Carol Eve Rossen,  다른 제목: 전율의 텔레파시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75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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