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롯 Kirot (2009)

2010.04.22 12:23

DJUNA 조회 수:7168


갈리아는 이스라엘의 러시아인 범죄조직에 고용된 우크라이나인 암살자입니다. 전 이 사람이 왜 이 직업을 택했고 왜 이스라엘 갱조직이 이 사람을 고용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암만 봐도 갈리아는 이 직업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고 임기응변이 형편없지요. 이런 사람은 적당히 계약을 해지하고 내보내야 하는데, 갈리아의 고용주들은 갈리아를 고문하고 협박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갈리아는 마지막 임무를 맡기 전에 어느 아파트에 이사를 오는데, 거기서 엘리노어라는 가정주부를 만납니다. 임산부인 엘리노어는 남편의 상습적인 구타의 희생자예요. 갈리아는 엘리노어와 친구가 되는데, 둘이 느긋하게 새로 생긴 우정을 즐길 만한 여유는 생기지 않습니다. 갈리아의 고용주는 계속 갈리아를 압박해오고, 엘리노어의 남편 역시 갑자기 새 사람으로 태어나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영화는 짜증의 연속입니다. 갈리아는 자신이 빠져 있는 어이없는 악순환으로부터 빠져나갈 능력이 없습니다. 머리도 안 되고 완력도 안 됩니다. 액션 영화에서 이렇게 많이 얻어맞는 암살자 주인공은 처음 봐요. 남편의 습관적인 폭력에 길들여져 있는 엘리노어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심리묘사는 당위성이 있지만 그래도 관객들이 짜증나는 걸 막을 수는 없지요. 고상한 기대는 아닐지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현실의 갑갑함을 날려버릴 폭력적인 카타르시스를 원하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도 막판에 그런 게 있기는 하지만 영화 내내 쌓은 짜증을 날리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영화가 끝날 무렵엔 텔 아비브의 거리가 조금 깨끗해지긴 했겠죠.


올가 쿠릴렌코와 니네트 타예브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서는 우정을 비교적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캐릭터들이 조금 덜 짜증나는 사람들이었다면 좋았겠죠. 아, 배우들 얼굴을 봐서라도 전 정말 이 영화를 성차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싹트는 두 여자의 우정 이야기로 읽고 싶지만 그게 안 됩니다. 이 영화의 진짜 교훈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엔 능력 있는 진짜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는 거예요. 영화 속의 갱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모두가 행복했을 겁니다. 심지어 갱들에게 희생당하는 피해자들도 더 편안한 죽음을 맞았을 거예요. (10/04/22)


★★☆


기타등등

영화의 너무나도 정직한 비디오 화면은 의도일까요? 아니면 그냥 제작비 때문일까요. 쿠릴렌코 정도의 국제적인 배우를 캐스팅 할 정도라면 그렇게 제작비가 딸리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감독: Danny Lerner 출연: Olga Kurylenko, Ninette Tayeb, Zohar Shtrauss, Liron Levo, Vladimir Friedman, Henry David 다른 제목: W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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