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Rara (2015)

2016.08.02 20:02

DJUNA 조회 수:6173


사라는 칠레의 관광도시인 비냐 델 마르에 사는, 곧 13살이 되는 소녀입니다. 부모는 얼마 전에 이혼했어요. 아빠 빅토르는 니콜이라는 여자와 재혼했고, 사라는 동생 카타, 엄마인 파울라, 파울라의 여자친구 리아와 함께 삽니다. 엄마가 길에서 주운 고양이 니카를 입양하는 걸 허락한다면 가족은 다섯이 되겠지요.

페파 산 마르틴의 첫 장편 감독작인 [라라]는 가족 설정만으로 장르가 이루어지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90년대부터 꾸준히 나왔던 LGBT 가족 영화예요. 이성애자가 아닌 부모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담이죠. 이들의 고민과 갈등은 대부분 비슷해요. 교훈은 정해져있고요. 아주 다양성이 풍부한 장르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제한된 장르는 아니죠. LGBT 가족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들에게 주어진 의무도 가벼워지고 있으니까요.

사라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여기는 뉴욕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긴 하지만, 21세기 비냐 델 마르는 90년대 미국 LGBT 영화 속 소도시보다 환경이 좋아요. 사라는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지도 않고 친구들도 사라의 가족을 특별히 불편해하지는 않습니다. 이 분위기라면 그냥 보통 가족이 겪는 자잘한 소동을 거치며 영화 끝까지 평범하게 갈 수 있을 것도 같아요. 하지만 일은 그렇게 풀리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2004년에 칠레에서 있었던 상당히 유명한 양육권 재판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빅토르는 자기 딸을 집에 데려오고 싶어하고 그의 최대 무기는 전처가 동성애자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법정물이 아닙니다. 법정 장면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사라의 눈높이에 고정되어 있는 영화예요. 사라가 모르는 건 영화도 모르고, 사라가 못 보는 건 관객도 못 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모든 정보를 다 주지 않고, 사라는 이 제한된 정보 속에서 움직이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13살 소녀가 겪는 무력감과 갑갑함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그러면서도 필요이상으로 흥분하지도 않고요. 특히 결말은 너무나도 담담하고 단호해서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그 결말의 완벽한 타이밍과 단아한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16/08/02)

★★★☆

기타등등
제목인 [Rara]는 스페인어로 이상하다, 괴상하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감독: Pepa San Martín, 배우: Sigrid Alegría, Coca Guazzini, Mariana Loyola, Julia Lübbert, Daniel Munoz, Agustina Muñoz, Emilia Ossandon

IMDb http://www.imdb.com/title/tt507013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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