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버드 Lady Bird (2017)

2018.03.20 23:53

DJUNA 조회 수:9427


[레이디 버드]는 그레타 거윅의 첫 단독 감독작입니다. 전에 조 스완버그와 [Nights and Weekends]라는 영화를 감독한 적 있고 [프랜시스 하]와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로 각본가로서 이미 인정을 받았지만요. 하여간 이 영화는 2017년에 나온 미국 영화 중 가장 비평가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당연한 게, 이 영화를 싫어하기는 정말로 어려워요.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태어난 영화입니다.

2000년대 초 새크라멘토를 배경으로 한 틴에이저 소녀의 성장기입니다.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는 소녀가 연애를 하고 가족과 갈등하고 어떻게든 새크라멘토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에 입학하려고 노력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을 보낸다는 내용이죠. 거윅도 레이디 버드처럼 새크라멘토 출신이고 가톨릭 학교를 다녔고 뉴욕에서 대학을 마쳤고 어머니도 간호사였으니 자서전적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거윅에 따르면 이 영화에 일어난 일들 중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건 없다고 합니다. 자신과 아주 닮은 허구의 인물에 대한 허구의 이야기인 거죠.

골백번 들어서 전혀 신기할 게 없어보이는 내용이잖아요. '21세기 초가 벌써 회고되는 과거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하지만 영리하고 반항적인 미국 중산층 여자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게 뻔하고요.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이런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캐릭터와 그들의 화학반응인데,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정말 생생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고 다른 캐릭터들과 너무나도 재미있게 얽힙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뜨이는 건 역시 레이디 버드와 간호사인 엄마 마리온의 관계지만 그렇다고 다른 관계들의 매력이 떨어지거나 그런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물론 배우들과 연기지도가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일단 이는 시어샤 로넌과 로리 매트카프와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빛날 수 있었던 건 거윅이 배우들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감독/작가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의 모든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불필요한 과시 없이 100퍼센트 이상을 보여주는 영화예요. 무엇보다 코미디의 리듬감이 진짜로 좋습니다. 평범할 수도 있었던 대사나 상황이 이 능청스러운 리듬감 때문에 살아나는 부분도 많고요. 감정이 풍부한 영화지만 절대로 넘치지 않습니다. 친절한 만큼 영리하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클릭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새크라멘토의 가톨릭 학교라는 특수한 시대와 공간의 디테일도 훌륭하고 재미있지만 막 어른들의 세계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틴에이저 아이의 보편적인 고민을 가벼운 반복없이 깊이 있고 호소력 있게 그려내고 있지요. 그 결과물은 감동적인만큼 사랑스럽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단짝 친구처럼 사랑스러워요. 아마 지나치게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18/03/20)

★★★☆

기타등등
레이디 버드의 본명은 크리스틴. 거윅의 어머니 이름이지요.


감독: Greta Gerwig, 배우: Saoirse Ronan, Laurie Metcalf, Tracy Letts, Lucas Hedges, Timothée Chalamet, Beanie Feldstein, Stephen McKinley Henderson Lois Smith

IMDb http://www.imdb.com/title/tt492529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8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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