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2013)

2013.04.30 18:03

DJUNA 조회 수:19389


송해성의 [고령화 가족]은 천명관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전 이 책을 시사회 사흘 전에 전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전자책으로 다운받아 읽었습니다. 칠순의 어머니가 사는 연립주택에 얹혀사는 4,50대 남매의 이야기더군요. 첫째 아들은 전과 5범의 깡패이고, 유일하게 대학교육을 받은 둘째는 첫 영화를 말아먹은 뒤 백수가 되어버린 영화감독, 그나마 카페를 하면서 돈을 버는 막내 딸은 남편과 싸우고 딸과 함께 엄마 집에 피난 온 상태. 설정만 봐도 한숨이 나오는데, 출생의 비밀 같은 건 당연히 내장한 막장 드라마는 그 뒤로 계속 이어집니다. 굉장히 수월하고 빨리 읽히는 책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영화를 보니 가장 먼저 신경 쓰이는 것은 캐스팅이더군요. 모두 좋은 배우들이고 캐릭터의 이미지와도 잘 맞지만 이들은 모두 지나치게 젊어요. 막내 딸 미연의 경우 심지어 열 살 정도를 잘라냈지요. 투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고령화 가족]이라는 제목을 달 필요 자체가 없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 신경 쓰인 건 원작을 다루는 태도였습니다. 소설 [고령화 가족]은 나이 든 루저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 중 몇 명은 너무 루저스러워서 실생활에서는 얼굴도 보기 싫은 사람들이죠. 바로 그 극단성 때문에 소설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가 더 큰 것이고요. 하지만 영화는 이를 탈색시킵니다. 이들을 모두 더 견딜만한 사람들도 만들었던 거죠. 특히 첫째 아들인 한모의 변화는 심각해요. 그가 강간범이었다는 사실은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서 멈추지를 않아요. 정상적인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계속 밀어붙이죠. 이러다보니 원작에서는 거의 괴물의 영역에 도달했던 인물이 신파극 순둥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원작에서는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코미디와 가족극의 균형이 깨져버렸습니다. 신파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원작에서는 반짝였던 코미디의 리듬감과 타이밍이 박살 나 버렸죠. 유머가 반 이상인 소설에서 그 유머를 계획적으로 가지치기를 해버린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송해성은 이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요. 하지만 전 여전히 이 영화의 각색 이유가 미심쩍스럽습니다. 휼륭한 유머와 독특한 태도를 가진 재미있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색 과정 중 중요한 건 그 눈에 뜨이는 장점과 특징을 살리는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이 튀는 개성을 어떻게 하면 무난한 통속극으로 억누를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거라면 굳이 이 소설을 고를 필요가 있었을까요. (13/04/30)

★★☆

기타등등
보도자료에는 '평균 연령 47세, 극단적 프로필'이라고 나와있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 나이의 평균을 내면 40.6살입니다. 조작된 계산이죠. 47이라는 숫자는 미연의 딸 민경을 빼야만 나오거든요. [고령화 가족]에서 가족의 평균 나이는 49세.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이건 민경까지 더한 정직한 숫자겠지요.

감독: 송해성, 배우: 박해일, 윤제문, 공효진, 윤여정, 진지희, 예지원, 이영진, 다른 제목: Aging Family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Aging_Family.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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