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워 Z World War Z (2013)

2013.06.12 16:35

DJUNA 조회 수:29584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는 재미있는 좀비 소설이지만 극장용 영화로 각색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작품입니다. 전세계적인 좀비창궐 이후 수많은 생존자들이 자기 관점에서 경험담을 들려준다는 형식이니, 책의 매력을 제대로 옮기려면 수십 편의 단편영화들을 모은 옴니버스물이 되어야 하겠죠. 텔레비전에서는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영화로는 어림없습니다.

한참 동안 고생을 한 끝에 마크 포스터가 감독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판이 나왔습니다. 멀쩡한 베스트셀러 소설 번역판 제목이 있는데도 국내 제목은 [월드 워 Z]로 바뀌었죠. 어제 시사회가 있었고 저녁 행사에는 브래드 피트도 왔다고 하는데 전 그냥 아침에 한 언론 시사회만 봤습니다. 요샌 배우들 실물 구경하는 게 그렇게 신기한 경험이 아니라.

예상했던대로 영화는 원작과는 거리가 멉니다. 원작의 구성은 파괴되었어요. 용커스 전투도 안 나오고, 레데커 플랜도 없습니다. 이스라엘 묘사 정도가 원작과 좀 비슷한데, 이 역시 다른 이야기로 충분히 대치될 수 있습니다. 보다보면 도대체 왜 판권을 샀는지 궁금해질 정도지요. 

나온 건 브래드 피트 주연의 1인 액션물입니다. 은퇴한 뒤 필라델피아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전직 UN 조사관 제리가 좀비 습격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뒤, 좀비 역병의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닌다는 것이죠.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그의 여행은 한국, 이스라엘, 웨일즈를 거쳐 캐나다에서 끝이 납니다.

좀비영화지만 그렇게 공포스럽지는 않습니다. 호러영화보다는 액션영화지요. 같은 공포라도 호러영화와 액션영화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영화는 대규모 스펙터클을 위해 좀비영화의 공포스러운 속성들을 많이 죽여버립니다. 사람 생살을 뜯어먹는 좀비는 볼 수 없지만, 수천 마리의 좀비들이 벌레들처럼 모여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장면은 볼 수 있지요. 

영화는 액션영화인만큼 구식 SF이기도 합니다. 보면서 에릭 프랭크 러셀의 [Sinister Barrier]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한 주인공이 천재 과학자들을 다 물리치고 전세계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생각해낸다는 이야기. 다소 억지스럽긴 합니다만, 그래도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명쾌한 해답을 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고로... 바이바이, 레데커 플랜.

짐작하시겠지만 영화는 네 개의 액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나라 당 에피소드 하나씩.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독립된 이야기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스펙터클도 충분하고 서스펜스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으면 맥이 좀 풀립니다. 특히 웨일즈 에피소드에서는요. 논리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이런 영화에서 관객들은 그래도 조금 더 폭발적인 액션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면, 그래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봤자 한계가 있죠. 처음부터 그 한계를 받아들이고 시작한 프로젝트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13/06/12)

★★☆

기타등등
한국은 평택 미군 기지만 나옵니다. 밤 장면이고 한국인은 거의 안 나와요. 고로 오골거릴 걱정은 접으시길.

감독:  Marc Forster, 배우: Brad Pitt, Mireille Enos, Daniella Kertesz, James Badge Dale, Ludi Boeken, Matthew Fox, Fana Mokoena, David Morse, Elyes Gabel

IMDb http://www.imdb.com/title/tt081671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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