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2012)

2012.05.17 20:47

DJUNA 조회 수:19749


[돈의 맛]은 [하녀 2]입니다. 아니, 이 설명은 지나치게 간단해요. 두 작품이 진짜로 연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재벌3세로 나오는 김효진의 캐릭터 이름인 나미는 [하녀]에서 딸로 나오는 안서현 캐릭터의 이름과 같고, 이 영화의 나미는 영화 중반에 [하녀] 마지막에 일어났던 것과 아주 비슷한 사건의 목격담을 이야기하긴 합니다. 하지만 [돈의 맛]의 나미와 [하녀]의 나미는 모두 같은 시대를 살고 있고 그들의 부모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죠. 그러니까 실제로 연결되는 속편이 아니라 그냥 주제와 소재에 의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의 돈많은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백씨 집안의 가장인 금옥(윤여정)은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재벌 중 한 명입니다. 허수아비나 다름 없는 남편 윤회장(백윤식)은 그런 아내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끌려다니다가 필리핀인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와 불륜관계에 빠지고요. 이들을 관찰하는 건 이들의 은밀한 뒷일을 도맡아 하는 비서인 영작(김강우)인데, 이 사람은 어쩌다보니 금옥의 딸 나미와 감정을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하녀 2]라고들 하지만 전 [로열 패밀리] 생각이 더 많이 나더군요. 특히 김효진의 나미는 여러 면에서 차예련스럽습니다.

재벌이나 이들의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고발하는 영화를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런 장면들이 있기도 해요. 어떨 때는 그런 주제들이 거의 노골적으로 언급되고요. 하지만 이런 언급들은 지나칠 정도로 겉에 드러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의 주제에서 멀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별히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돈의 맛]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제 거의 임상수적으로 느껴지는 호사스러운 세팅에서 펼쳐지는 돈과 섹스와 권력의 멜로드라마 자체입니다. 여전히 한국적이지만 꼭 한국이나 재벌이라는 단어들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보편화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죠. 전 상류층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그린 50년대 미국 멜로드라마들이 생각나더군요. 더글러스 서크의 [바람에 쓰다] 같은 작품들 있잖습니까. 특히 윤회장의 이야기는 거의 고전비극스럽게 장중합니다.

단지 이 모든 이야기들은 임상수식 깐죽거리는 코미디를 통해 전달되고 있습니다. 고로 임상수의 다른 영화들처럼 이 작품도 취향을 탈 수밖에 없지요. 전 이게 그렇게 나쁜 건지 모르겠습니다. 임상수 영화에 대한 호오도는 영화의 질과는 상관 없다는 생각을 해요. 소재를 선택하고 말투를 고르는 건 예술가의 권리죠. 다른 방식으로 소재를 다룬다면 보다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거나 대상을 보다 확실하게 찌르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감독이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어쩌라고.

[돈의 맛]과 다른 임상수 영화의 차이점이 있다면, 영화가 후반에 들어 살짝 냉소를 접는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 중 가장 제 시선을 끄는 건, 영작이 후반에 마주치는 일련의 수난인데, 특히 나미의 동생 철과 영작이 대결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그 장면에서 임상수는 아무리 우리 쪽에서 그들을 놀리고 비웃어도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우리를 흔드는 건 그 쪽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요. 그 이후 영화는 영작과 나미에게 보다 의미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데, 솔직히 조금 닭살 돋지만 그 정도면 건실하다 하겠습니다. 물론 그들의 개인적 선택에서 어떤 희망을 볼 만큼 나이브한 관객들은 없겠지만요. (12/05/17) 

★★★

기타등등
오리지널 [하녀]와 임상수의 [하녀] 모두가 영화에 나옵니다. 임상수 영화는 19금인데, 온가족이 모여 앉아 보더군요. 


감독: 임상수, 출연: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 Maui Taylor, 온주완, 권병길, 황정민, 정원중, Darcy Paquet,  다른 제목: The Taste of Money

IMDb http://www.imdb.com/title/tt210667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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