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소설 Sinister (2012)

2012.11.08 01:18

DJUNA 조회 수:12918


엘리슨 오스왈트는 10여년 전 [켄터키 블러드]라는 범죄 논픽션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로 계속 죽을 쑤고 있습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네 명의 가족이 살해당하고 막내딸이 실종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집으로 이사를 가서 거기서 집필을 시작합니다. 물론 그 집의 사연을 알고 있는 것은 엘리슨 자신밖에 없지요. 도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아, 그는 다락방에서 슈퍼 8밀리 가족 영화 필름들을 발견합니다. 호기심에 가장 최근 것을 튼 그는 그 필름이 바로 그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기록한 증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당장 경찰에 신고하려던 그는 생각을 바꾸고 그 증거를 가지고 직접 수사를 하기로 결심하죠. 그리고 그는 그 필름들이 반 세기에 걸친 일가족 몰살의 미해결사건들의 기록이며 그 사건들에서는 늘 어린이 한 명이 실종되었음을 밝혀냅니다. 

여기서부터 [살인 소설]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 배후에는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숨어 있는지 설명합니다. 이 설명은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이어지지요. 하지만 이 설명들은 영화에서 의무적으로 제시되는 것일뿐,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진부하기도 하고 안이하기도 하고요. 그냥 맥거핀인 겁니다. 

이미 관객들은 그런 설명 없이도 중요한 사실 대부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 슈퍼 8밀리 필름들이 더럽게 재수없는 물건이며, 오스왈트의 가족 역시 지금까지 살해된 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필름을 트는 순간 그와 그의 가족들이, 이전 가족들이 갇혔던 미로 속에 갇혀 버렸다는 것도.

잔인한 장면이 그렇게 많은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속의 모든 폭력들은 슈퍼 8밀리 필름 안에 갇혀 있고, 잔디깎기와 같은 흉기들이 동원되는 몇몇 끔찍한 장면에선 관객인 오스왈트와 함께 그 장면을 외면해버립니다. 심지어 목에 칼을 긋는 장면 같은 것도 오스왈트의 안경에 반사되는 이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처리해버리죠. 수줍은 겁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반대입니다. 이런 장면들에 대한 오스왈트의 격렬한 반응은 실제 폭력보다 더 강하게 영화적 효과를 줍니다.

슬럼프에 빠진 작가 가장과 가족이 귀신 들린 집에서 시달린다는 이야기이니, 영화는 [샤이닝]의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샤이닝]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스트레스와 가부장적 위신에 결박당한 오스왈트의 두뇌가 주변의 폭력적인 상황과 엮여 서서히 망가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단지 영화는 여기에 보다 분명한 답을 주고 있어서 [샤이닝]처럼 무한의 해석을 낳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의 야심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요.

[살인 소설]은 효과적인 호러영화입니다. 이야기의 익숙함과 진부함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단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하고 속이 보이는 영화라는 사실 때문에 주인공이 빠진 함정이 더 크고 무서워보여요. 두 아역을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도 적절하게 조율되어 있고, 슈퍼 8밀리로 찍은 가짜 스너프도 으스스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제발 바보짓 그만하고 당장 나와!"라고 외치게 하는 불쾌한 갑갑함도 갖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빠질 게 없는 기성품 영화란 말이죠.  (12/11/08)

★★★

기타등등
[살인 소설]은 그렇게 좋은 제목이 아닙니다. 일단 주인공 엘리슨 오스왈트가 쓰는 책은 논픽션이지 소설이 아니니까요. 

감독: Scott Derrickson, 출연: Ethan Hawke, Juliet Rylance, Fred Dalton Thompson, James Ransone, Michael Hall D'Addario, Clare Foley

IMDb http://www.imdb.com/title/tt192277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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