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던 part2]로, 드디어 몇 년 동안 지겹게 끌었던 [트와일라잇] 프랜차이즈가 끝이 났습니다. 일단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참고 봐 준 저와 동행들에게요. 

자칭 '사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야기의 중심은 벨라와 에드워드 딸 르네즈미입니다. 이야기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뱀파이어 세계에서는 어린아이를 뱀파이어로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아이들은 정신이 미성숙하면서 뱀파이어의 힘을 가진 존재로 영원을 살기 때문에 요란스러운 학살을 저질러 뱀파이어 세계의 존재가 폭로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볼투리 가문에서는 르네즈미를 바로 그런 뱀파이어 아이로 착각한 것입니다. 고로 볼투리 가문이 이끄는 뱀파이어 군대가 르네즈미를 제거하러 오고 컬런가 뱀파이어와 그들을 돕는 다른 뱀파이어들이 이를 막으러 온다는 것입니다. 

소설은 어떤지 몰라도 영화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뱀파이어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쟁이 시작되려 합니다. 그런데 이 뱀파이어들은 안정을 추구하고 자기네들에게 주어진 불멸의 생명이 위협받은 걸 싫어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뱀파이어 세계의 일원들에게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들이 아무리 서로를 싫어한다고 해도 전쟁은 더 싫어할 것입니다. 특히 볼투리 가문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그러니 적절한 외교적 해결방법이 있다면, 오히려 그들은 기뻐하며 이들을 받아들일 거란 말입니다. 이 이야기가 굳이 전쟁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시작부터 위기감이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시시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면 이런 식으로 위기를 제거한 이들을 칭찬할 것입니다. 현명한 행동이니까요. 앨리스의 예언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해결방법은 심지어 SF적인 토론의 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잘 하면 굉장히 영리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던 소재죠. 하지만 이것이 '이야기'로 옮겨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장엄한 결말이라는 것은 패싸움한답시고 공터에 모여들었지만 이빨만 까고 있는 양아치들을 구경하는 기분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코미디가 아닌 것이죠. 얼마나 맥이 풀리는지 압니까?

캐릭터들의 결말도 심심합니다. 벨라는 뱀파이어가 되는 것으로 캐릭터의 여정을 찍었습니다. 에드워드 컬런은 그냥 말하는 배경이고요. 제이콥은 르네즈미에게 각인되는 것으로 벨라에 대한 짝사랑을 싱겁게 접었습니다. 볼투리가 뱀파이어들은 여전히 폼만 잡습니다. 오래 전에 이야기를 마친 캐릭터들이 우물쭈물하며 퇴장을 망설이고 있는 것입니다. 마이클 쉰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배우들이 의무감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긴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은 시작부터 하기 싫어했죠. 당사자가 뭐라건 간에.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르네즈미의 묘사입니다. 캐릭터가 아니라 기술적 묘사요. 캐릭터는 형편없죠. 이 영화의 이야기 전체가 그렇듯, 작가가 편리한 설정만 엮어 만든 인형이니까요. 하지만 맥킨지 포이는 참 예쁜 배우라서 영화 내내 시선을 확 잡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기술적인 실험입니다. 르네즈미는 빨리 자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CG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맥킨지 포이가 역을 물려받기 전에는 여러 명의 아역배우나 애니매트로닉 인형이 연기를 하고 얼굴 부분을 맥킨지 포이의 얼굴을 소스로 한 CG로 채운 것이죠! 그 결과물은 어색하고 오싹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실험이며 종종 독특하게 아름답기도 합니다.  (12/11/13) 

★☆

기타등등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의 스캔들은 [트와일라잇]이 그린 로맨스가 얼마나 기반없이 허약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요? 벨라와 에드워드가 과연 자기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원'을 즐길 수 있을 것인지 걱정됩니다. 그건 그렇게 쉽게 뱉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에요.

감독: Bill Condon, 출연: Kristen Stewart, Robert Pattinson, Taylor Lautner, Peter Facinelli, Elizabeth Reaser, Ashley Greene, Jackson Rathbone, Kellan Lutz, Nikki Reed, Billy Burke, Mackenzie Foy, Maggie Grace, Jamie Campbell Bower, Christopher Heyerdahl, Michael Sheen, Dakota Fanning, Cameron Bright, Lee Pace

IMDb http://www.imdb.com/title/tt167343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756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