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Cinderella (2015)

2015.04.01 23:36

DJUNA 조회 수:7373


케네스 브래나의 [신데렐라]는 지나치게 원작에 충실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영화죠. 여기서 '원작'이 무엇인가에 대해 따지기 시작하면 복잡해집니다. 단일한 원작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계속 변화해 온 텍스트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우린 이 비판이 무슨 의미인지 알죠. 신데렐라는 계급주의/성차별주의와 결탁한 부정적인 옛날 여성 주인공인 것입니다. 당연히 재해석을 해야 하는데 브래나는 안 했습니다.

과거의 재해석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매력적인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말레피센트]가 의도했던 완성도에 도달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이런 재해석 과정이 원작의 소스와 계속 충돌했기 때문이죠. 텍스트의 변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로지 예술적인 관점에서만 보았을 때, 가장 안전한 각색은 역시 원작에 충실하는 것이죠. 브래나의 영화가 택한 길도 이쪽입니다.

크리스 와이즈가 각본을 쓴 이번 [신데렐라]는 과격하게 주제나 캐릭터를 변형시키는 대신 사실성을 강화하는 쪽을 택합니다. 물론 이 사실성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가상의 유럽은 [겨울왕국]의 가장 세계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유럽이니까요. 아니, 과연 유럽이긴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파티 장면을 보면 이 세계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문화권에 속한 올망졸망한 나라들이 오손도손 모여 있는 제4의 대륙처럼 보입니다. 요정대모가 나오고 마법 역시 존재해요.

영화가 추구하는 사실성은 드라마적인 것입니다. 이 모든 동화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극중인물들은 이런 것들이 당연한 세계의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행동하지요. 계모에게도 못된 계모처럼 행동해야 할 사회적, 경제적 동기가 있고, 신데렐라가 하녀로 몰락하는 과정도 그럴싸한 극적 논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전통적이지만 성실하고 잘 만든 드라마인 거죠.

전 신데렐라의 캐릭터를 트집 잡고 싶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신데렐라의 길을 따르긴 해요. 하지만 신분상승만을 노리는 의지 없는 여자 따위는 아닙니다. 현실적이고 자기 생각도 분명하고 왕자와의 로맨스도 결백하죠. 결국 왕자와 결혼해서 신분상승을 하는 것으로 끝나긴 하지만 그것은 시대의 한계. 그리고 그 세계에서 시대의 한계를 넘어선 엄청난 행동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전 엘리자베스 베넷이 미스터 다시와 결혼하는 것에 유감이 없는 것처럼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 전혀 유감이 없어요. 그것까지 불만이라면 처음부터 [신데렐라] 영화를 만들지 말아야죠.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는 [신데렐라] 말고도 많지 않습니까. (15/04/01)

★★★

기타등등
패션 같은 걸 보면 영화의 시대배경은 19세기로 보이는데, 증기기관 같은 당시의 테크놀로지는 거의 안 보이더군요. 하긴 [겨울왕국]에서도 그랬죠.


감독: Kenneth Branagh, 배우: Cate Blanchett, Lily James, Richard Madden, Helena Bonham Carter, Nonso Anozie, Stellan Skarsgård, Sophie McShera, Holliday Grainger, Derek Jacobi, Ben Chaplin, Hayley Atwell

IMDb http://www.imdb.com/title/tt166119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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