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리타 Margarita (2012)

2014.06.08 13:47

DJUNA 조회 수:5201


마가리타는 6년째 토론토 중산층 가족의 집에서 보모로 일하고 있는 멕시코인입니다. 경제사정이 나빠지자 고용주 부부는 마가리타를 집에서 내보내려고 해요. 하지만 딸인 말리가 마가리타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마가리타는 거의 21세기 메리 포핀스 수준의 만능 보모. 그리고 고용주 부부도 죄의식에 쩌는 리버럴들이라 해고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미니크 카르도나와 로리 콜베르의 [마가리타]는 의무감으로 충만한 선량한 영화입니다. 캐나다의 멕시코 불법 이민자 위치에 대해서, 계급에 대해서, 허울뿐인 현대 중산층의 경제 위기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동성애에 대해서 온갖 옳은 말을 다 하고 싶어하죠. 그리고 전 그 말들 대부분에 동의합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그 메시지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가리타라는 캐릭터에 있습니다. 설정만 보면 이 인물에겐 핸디캡이 많습니다. 외국인 불법 노동자이고 동성애자이고 존경받기 힘든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보수도 짠 데다가 곧 해고될 운명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영화를 거치면서 온갖 고난을 다 겪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예상하는 고난은 전혀 닥치지 않습니다. 마가리타는 그런 걸 다 겪기엔 지나치게 완벽한 인물이고 환경 역시 예상보다 좋습니다. 법대생 애인인 제인을 집 안에 들여와 마당의 핫터브에서 노는 도입부만 봐도 이 사람이 고용주 가족을 완벽하게 훈련시켰으며 여자 낚는 기술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이웃집 브라질 총각 카를로스가 꼬리를 치는 걸 보면 관심없는 이성에게도 매력이 상당합니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이 사람이 해고당한다고 해도 별 걱정이 안 됩니다. 2년만에 대학을 졸업해서 실온핵융합 기술을 개발해 노벨상을 탄다고 해도 전 안 놀라요. 이러니 마가리타가 주인공인데도 정작 이 사람이 겪는 갈등과 드라마는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뭔가 편견에서 벗어나고 긍정적인 모델이 되는 캐릭터를 만들어주려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까지 나가면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온전하게 대변하기 어렵죠.

마가리타가 이런 캐릭터이니 영화의 드라마를 위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역할은 고용주인 게일과 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영화 중반에야 간신히 마가리타에게 해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마음 약한 존재인지 알 수 있죠. 극적 기능만 보면 마가리타보다 더 약자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지나치게 결백하게 디자인된 존재들이라 만들어내는 호들갑스러운 코미디의 진실성이 많이 날아가버립니다. 예를 들어 토론토의 중산층 이성애자 부부가 동성애 결혼의 합법화가 될 때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마가리타]의 이야기에서 이는 지나치게 편리한 도구가 됩니다. 게다가 그런 설정을 동원해 만든 코미디 자체도 몇 분만에 날아가버리니 맥이 풀립니다.

영화에서 가장 믿을만해 보이는 건 마가리타와 말리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에서도 마가리타는 지나치게 완벽한 이미지를 수호하고 있어서 드라마의 발전이 쉽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각본보다 두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화학반응에 의존하고 있죠. (14/06/08)

★★

기타등등
제가 전에 본 카르도나와 콜베르의 영화는 [닥터 핀의 딸]. 이 영화도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인 마야 리터는 좋았었죠. 리터는 이 영화에서도 말리 역으로 나옵니다.


감독: Dominique Cardona, Laurie Colbert, 출연: Nicola Correia Damude, Patrick McKenna, Claire Lautier, Christine Horne, Maya Ritter, Marco Grazzini

IMDb http://www.imdb.com/title/tt231860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85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