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데님 Blue Denim (1959)

2018.05.20 23:50

DJUNA 조회 수:5342


[블루 데님]이라는 1958년작 영화를 보았어요. 1958년에 히트했던 동명 브로드웨이의 각색물입니다. 원작자는 제임스 레오 헐러히인데,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원작을 쓴 사람이죠. 원작에 대해 전혀 모르고 봐도 연극을 각색한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야기 대부분이 대사를 통해 전개되고 시퀀스가 길죠.

미시간에 사는 10대 아이들의 이야기예요. 나중에 검색해보니 두 주인공인 아트와 재닛은 14살이더군요. 이들의 친구인 어니는 15살이고. 아트와 어니는 부모 몰래 술담배를 하긴 하지만 불량청소년과는 거리가 멉니다. 특히 아트는요. 그런데 아트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재닛이 덜컥 임신해버립니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해결책은 낙태죠. 하지만 낙태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요?

요새 관객들의 눈으로 보면 이 영화는 시대의 유물입니다. 아트와 재닛은 어린 나이를 고려해봐도 기괴할 정도로 나이브해요. 정말 1950년의 미국 중산층 백인 청소년들이 그렇게 나이브했을까요? 모르겠군요. 하지만 1950년대가 이런 캐릭터들의 존재를 당연시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물론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누구에겐 무서운 현실일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과학이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는 한참 걸릴 거고. 당시엔 유효할 뿐만 아니라 엄청 논쟁적이었어요. 심지어 영화의 결말은 검열된 버전입니다. 브로드웨이 연극에서 재닛은 결국 낙태를 합니다. 하지만 1959년 할리우드에선 그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영화 속에서 재닛은 낙태를 포기하고 아기를 낳기로 결정합니다. 타협적인 결말이긴 한데, 영화는 이 길을 선택한 아이들에게 닥칠 미래에 대해 눈을 감지는 않습니다. 시대를 고려해보면 최선을 다한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왜 이 영화를 블루레이까지 구입해서 봤냐고요? 음악 때문입니다. 작곡가가 버나드 허먼이에요. 허먼이 어쩌다가 이런 영화에 음악을 담당했느냐. 이 영화의 감독인 필립 던이 [유령과 뮤어 부인]의 각색가예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요. 허먼의 장엄한 음악은 10대 아이들의 멜로드라마에 전혀 안 어울릴 거 같긴 한데, 지금 들어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세월이 흘러 이야기가 과거의 것이 되자 과거에는 좀 더 심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갭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하여간 허먼의 음악은 이 순진하고 심각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저는 이 음악이 여러 모로 주인공 아이들을 존중한다고도 느꼈어요. (18/05/20)

★★★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아트로 나온 배우인 브랜든 드 와일드는 [셰인]의 주인공 소년이에요. 검색해보니 30살에 교통사고로 죽었더군요.


감독: Philip Dunne, 배우: Carol Lynley, Brandon De Wilde, Macdonald Carey, Marsha Hunt, Warren Berlinger, Buck Class, Nina Shipman, Vaughn Taylo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5263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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