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1 17:02
2014년에 장재현은 [12번째 보조사제]라는 단편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었죠.
서울에서 엑소시즘을 행하는 두 신부에 대한 영화였는데, 스토리 자체는 아주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일종의 장르 연습이었죠. 단지 이 익숙한 이야기를 한국이라는 배경과 한국인이라는 캐릭터에 잘 집어넣은
게 눈에 뜨였습니다.
[검은 사제들]은 [12번째 보조사제]의 장편 버전입니다. 이야기는 거의 같아요. 단지 도입부와 디테일이
추가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최부제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의 원인이 바뀌어서 캐릭터가 조금 바뀌었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전작에서는 '한국적 고통과 부조리'의 한 방이 필요했지만 장편에서까지 그런 '한 방'에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물론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엑소시즘 이야기에 변주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요.
여기서 조금 더 무리하면 판타지 장르로 들어가는데, 이 영화는 그렇게까지 인공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죠.
이야기 자체보다는 그 이야기를 한국 땅에서 풀어가는 방식에 더 눈이 가는 영화입니다. 한국 가톨릭의
토착화된 문화와 가톨릭 신부의 그 아저씨스러움을 무척 잘 잡아내고 그걸 한국의 공간 안에 잘 집어넣었죠.
수입된 장르지만 그걸 풀어가는 액션이나 대사는 무척 자연스럽고요. 한국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경우 자주 나오는 끈적끈적한 느낌도 없습니다.
연달아 개봉된 [그놈이다]와 [검은 사제들]은 모두 한국 호러의 생산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굳이 도식화된 장르 호러가 되어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다른 장르나 관객들과 영합한다고
해도 이야기와 소재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게 먼저입니다. 공포의 극한을 추구하는 건 나중에 해도 되지요.
(15/11/11)
★★★
기타등등
아, 영화에 출연한 돼지가 두 마리였군요. 색을 칠하거나 CG였는 줄 알았습니다. 하긴 그냥 검은 돼지가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겠네요.
감독: 장재현, 배우: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김의성, 손종학, 이호재, 남일우, 김병옥, 다른 제목: The Priests
IMDb http://www.imdb.com/title/tt504930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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