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웨이즈]는 향수가 팍팍 돋는 서부극 스타일 오프닝 크레디트로 시작됩니다. 장중한 엘머 번스타인 스타일의 음악과 광대한 평야. 이대로 5,60년대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와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연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하지만 세스 맥팔레인이 감독한 영화가 정말로 그럴 리는 없습니다.

세스 맥팔레인이 연기하는 앨버트는 전형적인 서부극 마을에 삽니다. 하지만 그는 21세기 도회지 코미디언 같은 사람으로 이웃인 서부극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죠. 결투를 포기하고 여자친구에게 차이기까지 한 그는 마을을 떠나려고 하지만 그의 앞에 아름다운 애나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영화의 농담들은 예상 가능합니다. 서부극 한가운데에서 장르 관습과 당시의 고루한 사고관을 놀려대는데, 이 농담이 얌전한 척, 건전한 척 하면서도 정치적 공정성과 의도적인 불공정성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거죠. 다시 말해 전형적인 세스 맥팔레인식 코미디입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성공적이지 못한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일단 빈 자리가 너무 많아요. 몇몇 재미있는 농담들이 있긴 한데 장편 영화 하나를 채울 정도까지 많지는 않죠. 과격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예고편에 나온 몇몇 장면들을 빼면 온화한 수준이고요. 오히려 전체적 분위기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데, 이것도 "여자친구가 날 찼지만 나에게 더 섹시한 여자친구가 생겼다네! 랄라랄라!" 소장르에 속해있어서 주인공에게 그렇게까지 정이 가지 않습니다. 총싸움으로 끝나는 마지막 결말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요.

제2의 [블레이징 새들]은 결코 아닙니다. 전 그가 왜 이렇게 몸을 사렸는지 모르겠어요. 소스의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해보이는데 말입니다. [밀리언 웨이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무난하기만 한데, 심지어 이 소재로 이렇게 밍밍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그리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완전히 나빴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영화였어요. (14/06/04)

★★

기타등등
원제인 [A Million Ways to Die in the West]는 번역하기 쉬운 제목인데 왜 굳이 아무 의미도 없는 [밀리언 웨이즈]란 제목을 선택했는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감독: Seth MacFarlane, 출연: Seth MacFarlane, Charlize Theron, Amanda Seyfried, Liam Neeson, Giovanni Ribisi, Neil Patrick Harris, Sarah Silver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255749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3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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