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소녀들 Dupa dealuri (2012)

2012.11.24 23:44

DJUNA 조회 수:13284


알리나와 보이치타는 같은 고아원 출신의 친구입니다. 성인이 된 알리나가 돈을 벌려고 독일에 가 있는 동안, 보이치타는 근처 정교회 수도원에 들어갔습니다. 알리나는 보이치타를 데리고 나와 독일로 같이 가려고 하지만, 보이치타는 이미 종교와 수도원 신부의 영향 아래에 푹 빠져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보이치타와 함께 수도원에 주저 앉은 알리나는 발작을 일으키고 불안한 행동을 하는데, 처음에는 알리나를 병원에 데려갔던 신부와 수녀들은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그들에게 더 그럴싸해보이는 해결책을 취합니다. 마귀에 들렸다고 믿고 엑소시즘을 행한 것이죠.

2005년에 루마니아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마리치카 일리나 코르니치라는 젊은 여자가 엑소시즘 의식을 치르다가 죽은 사건이죠. 영국 BBC 기자였던 타티아나 니콜레스큐가 이 사건을 소재로 두 편의 실화소설을 썼는데, 지금 다룰 크리스티안 문쥬의 신작 [신의 소녀들]은 첫 번째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과 영화를 거치면서 실화가 어떻게 윤색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래 사건을 두 여자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로 개작한 건 니콜레스큐인 모양입니다. 제가 알기로 원래 사건의 희생자는 수녀였거든요.

전작인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두 젊은 여자들의 복잡한 관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간단하다면 간단하다고 할 수 있죠. 알리나와 보이치타는 애인 사이였습니다. 영화는 여기에 대해 분명한 이야기를 하는 걸 꺼리지만, 소설에서는 보다 분명한 모양이고, 사실 이야기 전개를 보면 다른 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단지 알리나는 '선진국'인 독일에서 살아오면서 자신의 감정과 행위에 대한 확신이 서 있는 반면, 보이치타는 고향인 몰다비아의 광신적인 종교의 영향 안에 갇혀 있습니다. 이 보수적인 사람들이 알리나에게 마귀에 씌였다고 봐도 이상할 건 없죠. 하긴 지금까지 기독교 문화권에서 마녀 사냥을 당한 사람들도 다 이와 비슷했으니까요.

[신의 소녀들]은 자기가 옳다고 믿은 일을 행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는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스타일과 태도만 본다면 영화는 판단을 유보하고 두 가치관의 충돌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문쥬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이야기할 때는 이들에 대해 험한 말은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전 그가 멀쩡하게 건강했던 젊은 여자를 십자가에 묶어 고문해 죽였던 신부와 수녀들을 경멸했을 거라 믿습니다. 영화 후반엔 의사 한 명이 등장해서 이 영화의 분위기와 조금은 어긋나 보이는 악담을 수도원 사람들에게 퍼붓는데, 솔직히 전 그게 문쥬의 입장일 거라 생각해요. 그런 입장이라고 말하면 영화가 덜 예술적으로 보이니까 말을 아낄 뿐이지.

[신의 소녀들]의 스타일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카메라를 사용한 롱테이크로 등장인물들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것이죠. 단지 웰메이드 플레이처럼 완벽하게 압축되어 있던 전작과는 달리, [신의 소녀들]은 조금 느슨하고 반복적으로 보입니다.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에 질려하는 관객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전 이러한 긴 러닝타임이 영화의 폐소공포증적인 환경의 조성에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영화가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드라마의 긴장감이 만만치 않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무엇보다 21세기를 훌쩍 넘어선 지금도 저런 무지함과 미신이 남아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에 울화통이 터졌으니까요. 전 여기에 대해 문쥬처럼 고상한 말은 못하겠습니다. (12/11/24)

★★★☆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는 사람 이름을 말할 때 성을 먼저 부르더라고요. 루마니아도 헝가리처럼 성을 먼저 쓰는데 저만 몰랐던 건가, 하고 검색해 봤는데, 루마니아에서는 공공업무와 관련된 일일 경우엔 이렇게 성을 먼저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감독: Cristian Mungiu, 배우: Cosmina Stratan, Cristina Flutur, Valeriu Andriuta, Dana Tapalaga, Catalina Harabagiu, Gina Tandura, Vica Agache, Nora Covali,  다른 제목: Beyond The Hills, 비욘드 더 힐즈

IMDb http://www.imdb.com/title/tt22582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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