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 Paddington (2014)

2015.01.13 16:12

DJUNA 조회 수:8277


마이클 본드의 [패딩턴]이 CG 곰이 나오는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때 사람들이 걱정했던 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이 작품엔 이미 완벽한 영상각색물이 있어요. 1975년에 나온 BBC 애니메이션 시리즈요. 전 이 작품이 오히려 마이클 본드의 원작 동화보다 더 오리지널 같습니다. 패딩턴을 곰인형 스톱모션으로 찍고 다른 사람들과 배경을 컷아웃으로 표현한 방식도 이야기와 캐릭터에 완벽하게 어울렸고요.

영화는 기대보다 나았나요? 네. 나았어요. 원래 나쁜 영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기대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단지 BBC 애니메이션처럼 완벽하게 캐릭터와 일치되었다는 생각은 아직도 안 듭니다. 여전히 그 작품은 [패딩턴]의 완벽한 모델로 남아있습니다.

영화는 무대를 21세기 현대로 옮겼습니다. 아직도 꾸준히 시리즈가 나오는 작품이니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아요. 단지 영화는 영국인 탐험가가 페루에서 말하는 곰을 만나는 프롤로그를 붙였습니다. 어떻게 페루에서 온 아기곰 패딩턴이 영어를 하고 루시라는 이모와 파스투조라는 이모부를 두었는지 설명하는 거죠. 이건 얼핏보면 불필요해보입니다. [패딩턴]의 세계는 말하는 곰이 돌아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곳이니까요. 패딩턴을 박제로 만들려는 악당 밀리센트도 과해보이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영화 끝에 보면 이 과해보이는 설정들은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여전히 자잘한 일상의 소동이 소재인 원작보다는 튀지만 원작 그대로 장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렵죠.

의외로 영국 역사와 다문화사회인 현대 영국의 이미지를 잘 결합한 영화입니다. 영국은 더 이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 정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화합을 이루며 살고 있는 재미있고 멋진 곳이라는 거죠. 물론 그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우리가 보낸 아이들을 받아준 외국인들을 생각해보세요. 참, 그리고 모자를 쓰고 다녔던 옛날 사람들도 보기만큼... 이런 이야기를 페루에서 온 패딩턴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가고 있는데, 패딩턴이 좋아하는 마말레이드만큼이나 삼키기 쉽습니다. 단지 마말레이드를 좋아하고 완벽한 영국식 영어로 말하는 아기곰이 다른 외국인보다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건 당연한 게 아니냐는 삐딱한 생각이 가끔 들긴 합니다.

원작보다 액션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고 실제로 슬랩스틱의 비중이 큽니다. 하지만 슬랩스틱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브라운 가족의 묘사이고 아빠 브라운과 엄마 브라운의 캐릭터는 의외로 생생하게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건 말하는 곰이 나오는 황당한 이야기라도 셰익스피어처럼 공들여 연기하는 일급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는 영국 영화판의 장점 때문이겠죠. (15/01/13)

★★★

기타등등
원작자 마이클 본드가 카메오로 나온다고 하는데 전 놓쳤어요.


감독: Paul King, 배우: Nicole Kidman, Ben Whishaw, Imelda Staunton, Hugh Bonneville, Michael Gambon, Sally Hawkins, Peter Capaldi, Julie Walters, Jim Broadbent, Matt Lucas

IMDb http://www.imdb.com/title/tt110962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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