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와 마법의 숲 Brave (2012)

2012.09.18 22:28

DJUNA 조회 수:15402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혁명적이면서도 전통적입니다. 이 영화는 픽사 최초의 여성 주인공 영화였으며 첫 여성 감독 작품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성 감독인 브렌다 채프먼은 제작 중반에 하차했고,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디즈니를 통해 익숙해진 '프린세스' 라인에 속해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각자의 자유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메리다는 스코틀랜드의 공주입니다. 활쏘기에 능한 말괄량이인 공주는 정략결혼 때문에 엄마인 왕비와 대판 싸우다가 마녀를 찾아가 엄마의 마음을 바꾸는 약을 삽니다. 하지만 엄마는 마음을 바꾸는 대신 곰이 되어버리고, 아빠와 부족 남자들은 엄마를 사냥하려 합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와 여러 모로 비교될 작품입니다. 둘다 중세 유럽이 배경이고 스코틀랜드인 성우들을 캐스팅하고 있지요. 이 비교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메리다와 마법의 숲]입니다. 일단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아요. 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래곤 길들이기]와는 달리 숲 속과 성 안을 달리는 것이 액션의 대부분이거든요. 메리다의 활쏘기 실력도 그렇게 많이 보여지지 않고요. 게다가 부족의 운명을 바꾸는 엄청난 전쟁 이야기인 [드래곤 길들이기]와는 달리 이 영화의 이야기는 자기 잘못을 수습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소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깊이를 생각해보면 다른 답이 나오겠지만, 겉만 보면 [드래곤 길들이기] 쪽이 훨씬 신나죠.

그러나 독립적인 이야기로 보면,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자기만의 재미를 갖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전쟁 스펙터클을 기대하지 마시고 어머니와 딸이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그리는 소품으로 보세요. 메리다와 엘리너 왕비의 관계 묘사는 섬세하고 아기자기하며, 이는 엘리너 왕비가 곰이 된 뒤에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메리다의 행동은 그렇게 사랑스럽다고 할 수 없지만, 딱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행동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지요. 그 뒤의 아이가 겪는 성장의 교훈도 의미있고요. 이 과정 중 불필요한 로맨스로 이야기를 망치지 않은 것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픽사의 전작들과 함께 보면 아쉬운 점이 느껴지긴 합니다. 여성 주인공인 건 좋은데, 왜 이런 주인공은 늘 시대극에서 공주여야 할까. 픽사 영화 대부분이 현대나 SF의 배경에서 현대 대중문화의 인용을 교활하게 쓰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전통성은 살짝 심심해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전 이 작품이 시리즈의 가능성이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주인공 메리다는 꾸준히 성장 중이니까요. 이렇게 잡아놓은 캐릭터를 바탕으로 더 크고 멋진 이야기들이 가능한 거죠. 이 정도면 훌륭한 오프닝이에요. 픽사에서 속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12/09/18) 

★★★

기타등등
원래 리스 위더스푼에게 역이 갔다는데, 스케줄 때문에 켈리 맥도널드에게 갔다더군요. 전화위복. 참, 영화 끝나고 쿠키 있어요.

감독: Mark Andrews, Brenda Chapman, Steve Purcell, 출연: Kelly Macdonald, Billy Connolly, Emma Thompson, Julie Walters, Robbie Coltrane, Kevin McKidd, Craig Fergus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21720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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