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 Lourdes (2009)

2011.02.11 13:22

DJUNA 조회 수:9407


1858년, 마리아 베르나데트 수비루라는 소녀가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모로 여겨질 수도 있는 정체불명의 여성을 만나고 치유효과가 있는 샘물을 발견한 뒤로, 루르드는 가톨릭 신자들의 디즈니랜드 겸 라스 베가스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로또 당첨을 기대하며 피레네 산맥 근처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을 찾지요.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가 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지금은 베르나데트 성녀가 된 그 소녀에게 일어난 일을 꼭 기독교 신앙에 맞추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다른 이야기지요.


예시카 하우스너의 [루르드]는 기적을 기대하고 루르드를 찾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묶어 하나의 견본을 만듭니다. 영화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전신마비를 앓는 크리스틴이라는 젊은 여성을 따라가요. 혹시나 하는 기대로 루르드를 찾은 크리스틴은 루르드 관광 코스를 충실하게 따라가다가 기적을 체험합니다. 어느 날 밤 몸이 갑자기 마비에서 풀려난 것이죠. 


종교적인 정서가 충만한 가톨릭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실 겁니다. [루르드]는 종교적 정서에 의지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영화는 크리스틴에게 일어난 일이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적이 아니라고도 말하지 않지만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크리스틴은 하나의 견본입니다. 루르드를 찾았다가 치유된 수많은 사람들을 대표하는 존재죠. 과연 그것이 치유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루르드]는 종교영화가 아니라 종교에 대한 영화입니다. 종교적 믿음과 기적이라는 것이 그 패러다임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내는가. 영화는 크리스틴이 루르드에 도착한 뒤부터 이 모든 주제와 과정을 별다른 해석 없이 차분하게 보여줘요. 그 때문에 영화는 종종 루르드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확한 정보를 주는 정직한 영화라는 뜻이죠. 그리고 정보만큼 주제 제시와 토론이 많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해답보다는 질문이 더 많긴 하지만요.


어떻게 보면 몰인정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주인공 크리스틴에게 갑정이입하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게 됩니다. 전 영화가 이 캐릭터에게 의도적으로 구별가능한 개성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비 테스튀의 풍성한 연기를 거치면, 그녀는 부인할 수 없는 생생한 존재감을 얻습니다. 그렇게 배우 운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았겠지만요.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을 바라보며 우리가 그 이외에 다른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11/02/11)


★★★☆


기타등등

오래간만에 본 엘리나 뢰벤존. 반갑더군요. 그 사람 이야기가 조금 더 나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그랬다면 신파가 되었겠지만.


감독: Jessica Hausner, 출연: Sylvie Testud, Léa Seydoux, Gilette Barbier, Gerhard Liebmann, Bruno Todeschini, Elina Löwensohn, Katharina Flick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40580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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