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씽 The Thing (2011)

2012.06.06 15:40

DJUNA 조회 수:11838


마티스 판 헤이닝엔 2세의 [더 씽]은 존 카펜터의 82년작 [괴물]의 프리퀄입니다. 한국어 개봉 제목이 다르긴 하지만 원제는 같죠. 원래는 리메이크로 계획된 작품이지만, 카펜터의 원작이 이미 완벽하다고 생각한 제작자가 프리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죠. 하긴 82년작 [괴물]이 시작되기 직전에, 외계 괴물은 이미 노르웨이 남극 기지에서 한 번 난리를 쳤어요. 그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케이트 로이드라는 고생물학자입니다. 대학 연구실에서 냉동된 검치 호랑이를 해부하고 있던 그녀는 산더 할보르슨이라는 과학자의 요청으로 남극대륙에 있는 노르웨이 기지에 갑니다. 케이트가 이 영화에 나오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죠. 하나는 미국인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영어를 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전편에 나오는 커트 러셀의 캐릭터와 차별화되는 다른 종류의 주인공을 만드는 것.

리메이크가 아니라 프리퀄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존 카펜터의 영화에서 벌어진 일들과 거의 똑같습니다. 다른 것들도 이미 존 카펜터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이고요. 노르웨이 과학자들이 남극에서 비행접시와 외계인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냉동상태에서 풀려난 괴물은 기지에 있는 과학자들을 한 명씩 복제해 가고요.

슬슬 리메이크 아이디어가 전처럼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리메이크를 했다면 기본 아이디어만 남겨놓고 전혀 다른 배경과 전혀 다른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겠지요. 어차피 카펜터의 영화도 리메이크이고, 첫 번째 영화도 원작소설이 있으니, 이게 큰 범죄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프리퀄을 만들다보니, 영화는 그냥 반복이 되어버립니다. 주인공이 여자로 바뀌었고, 우주선 내부의 액션이 있고, 외계인을 구별할 수 있는 보다 이치에 맞는 방법이 나오긴 했지만, 전체 그림은 여전히 똑같지요.

기술발달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들, 그러니까 특수효과도 전작에 비해 특별히 더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모든 장면을 애니메트로닉스와 특수분장으로 해치웠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빌렸습니다. 모두 컴퓨터로 한 게 아니라 애니메트로닉스를 바탕으로 한 기술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입힌 거죠. 그 결과 괴물은 더 빠르고 섬세하게 움직입니다. 장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롭 보틴이 1982년에 내놓은 성과에 비하면 새 영화의 괴물들은 약해보입니다. 스스로 설만큼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컴퓨터 그래픽 특유의 흐릿하고 매끄러운 느낌 때문에 존재감이 약해요.

카펜터 영화의 팬들은 각본가와 감독이 꼼꼼하게 심어놓은 전편과의 연관성을 찾아내며 재미있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새로 나온 [더 씽]은 무난하기만 합니다. 본편과 정말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무난하기만 한 영화지요. 카펜터의 영화에는 있지만, 헤이닝엔의 영화에는 없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은 유익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존재 이유라면 슬프지 않겠습니까.  (12/06/06) 

★★☆

기타등등
카펜터의 영화에는 남극 대륙의 겨울이 배경이면서도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심각한 실수가 있었죠. 이 영화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일관성을 위해 일부러 그랬을 거예요. 


감독: Matthijs van Heijningen Jr., 출연: Mary Elizabeth Winstead, Joel Edgerton, Ulrich Thomsen, Eric Christian Olsen, Adewale Akinnuoye-Agbaje, Paul Braunstein, Trond Espen Seim, Kim Bubbs, Jørgen Langhelle

IMDb http://www.imdb.com/title/tt090537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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