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절 La belle saison (2015)

2015.10.23 18:07

DJUNA 조회 수:3880


1970년대 초. 시골소녀 델핀은 여자친구와 깨지자 파리로 떠납니다. 거기서 우연히 막 태동중인 페미니스트 무리와 어울리게 되는데, 그만 그 무리의 리더인 카롤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카롤은 동거 중인 남자친구를 버리고 델핀을 택하는데, 그만 델핀의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져 버려요. 델핀은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카롤은 델핀을 따라 시골로 내려갑니다.

카트린 코르시니의 [아름다운 시절]에서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와 감정, 섹스에 대한 자연스러운 태도입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극도로 긴장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지요. 70년대라는 과거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배우들은 자연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둘 사이의 화학반응은 설득력이 있고 둘 다 카메라 앞에 놓인 자신과 상대방의 육체에 무척 편안해 보여요.

하지만 시대배경은 1970년대. 그것도 시골. 호모포비아가 완전히 사라진 곳은 지금도 없겠지만 델핀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억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부모는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죠. 당연히 행복한 커밍아웃으로 이어지는 결말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지금 보면 갑갑하기 그지 없지만 이해해야죠.

시대배경만큼이나 큰 무게로 다가오는 것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속해 있는 공간입니다. 델핀은 척 봐도 타고난 농부이고 시골에 속해 있습니다. 하지만 카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도시 사람이죠. 사랑도 좋지만 과연 이들이 서로의 삶의 방식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완벽한 조화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진짜로 그리는 것도 이 불가능성인 것 같습니다.

사랑의 즐거움보다는 그에 따르는 희생과 부담, 포기의 무게가 더 큰 영화입니다. 하지만 리뷰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암담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로맨스 영화의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 애잔함의 힘은 상당히 강렬하고 그 정도면 에필로그도 희망적으로 맺었어요. 두 사람이 그 뒤 수십 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집니다. (15/10/23)

★★★

기타등등
부산영화제에서 봤는데, 영화 속 동성애 장면에 충격 먹었으면서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는 부산 아줌마들의 심각한 토론을 들으며 극장을 빠져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감독: Catherine Corsini, 배우: Cécile De France, Izïa Higelin, Noémie Lvovsky, Jean-Henri Compère, Loulou Hanssen, Kévin Azaïs, Benjamin Bellecour, 다른 제목: Summertime

IMDb http://www.imdb.com/title/tt408076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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