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아이들 (2012)

2012.05.15 10:45

DJUNA 조회 수:10821


박흥식의 [천국의 아이들]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하는 '꿈의 학교, 행복한 아이들' 영화제작 지원사업의 결과물입니다. 곧장 말해 공익영화죠. 전 이런 영화들에 별 편견 없습니다. 전 제2차세계대전 홍보영화들을 좋아하고, [시선] 시리즈도 꾸준히 봤으니까요. 공익영화에는 공익영화만의 재미가 있죠.

말썽부리지 못하도록 방과후 동아리활동반에 들어가게 된 중학교 2학년 문제아들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은 기간제 교사인 유진이 거의 간수나 다름없는 이 역할을 맡아요. 뭔가 할 게 없나 두리번거리던 유진은 서울 학생 동아리 한마당 안내를 보고 뮤지컬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알고 봤더니 이 애들은 각본에서부터 연기, 노래까지 웬만한 건 다 스스로 커버하게 생겼습니다.

오골오골합니다. 영화가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운명이죠. (1) 인간이 가장 오골오골할 수 있는 나이인 중학교 2학년인 아이들이, (2) 사제간의 관계를 다룬 학교 공익 영화에 나와서, (3) 뮤지컬을 합니다! 스트라이크 아웃이죠.

오골오골할 뿐만 아니라 지독하게 평범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직 세상에 더렵혀지지 않은 젊은 교사가 문제 아이들을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뭔가 하려고 하는데 위에서는 간섭을 하고... 중간중간 이야기들도 다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네, 얘들은 뮤지컬 연습하다가 지쳐서 바다에도 가고 그런답니다. 박흥식은 클라이맥스에 변화를 주고 결말을 바꾸면서 이 익숙한 공식을 깨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다르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소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음악에 분명한 차별성이 있었던 [두레소리]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죠. 음악 안에서는 생생한 현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경쟁영화와는 달리 아마추어의 한계가 보입니다. 그 아마추어들의 싱싱함을 담아내기엔 뮤지컬이라는 소재가 너무 인위적이고요.

그래도 영화는 유진을 연기한 유다인과 어린 배우들에게서 최대한의 에너지와 앙상블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단지 캐릭터들은 조금 물에 탄 것 같긴 하죠. 중학교 2학년에 문제아들로 낙인 찍힌 아이들이라면 이미 건드리기 힘든 애들이어야 하겠지만, 이 아이들은 드러난 전과를 제외하면 그냥 공부할 의욕이 없는 평범한 애들 이상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들 중 김보라가 연기한 성아는 생생한 캐릭터이며 연기도 살아있습니다.

[천국의 아이들]은 무난하게 착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꼭 이 길만 있었는지 의심이 가요. 공익영화이니 이에 맞는 주제와 형식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꼭 이렇게 정해진 길만 따를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12/05/16) 

★★☆

기타등등
올해 나온 한국 영화들 중 최악의 제목을 달고 있죠. 2중의 카피 제목입니다. 검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의 검색까지 방해하죠. 감독도 기자간담회 때 여기에 대해 몇몇 변명을 하던데, 그래도 다른 영화의 제목까지 오염시키는 공해에 가까운 제목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감독: 박흥식, 출연: 유다인, 김보라, 박지빈, 이지웅, 김범준, 이연호, 홍예은, 손태욱, 천영민,  이수빈, 함성은, 박선영, 이대연, 오나라, 성열석,  다른 제목: Kids From Heaven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Kids_From_Heaven.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8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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