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코 대 카야코 Sadako v Kayako (2016)

2016.12.30 20:23

DJUNA 조회 수:5607


90년대 이후 J-호러를 호령하던 두 명의 여왕이 한 영화에서 만났습니다. 제목도 [사다코 대 카야코].

이게 좋은 소식일까요. 글쎄요. 사다코와 카야코가 하나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들어왔다는 건 사람들이 더 이상 이들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원래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게 그래요. 자기 이름을 제목으로 갖고 있는 주인공들이 모이면 이들의 무게감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유니버설 호러 주인공들이 어디서 만났나요. 애보트와 코스텔로 영화였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 둘이 만났냐고요? 음, 이 영화의 우주는 우리가 아는 [링]과 [주온] 시리즈의 우주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주의 비디오와 살아나올 수 없는 폐가 이야기가 모두 도시전설인 세계예요. 물론 사다코와 카야코가 모두 존재하긴 합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까요. 단지 이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다코와 카야코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영화가 시작되면 대학생 한 명이 사다코의 저주에 걸립니다. 부모의 결혼 비디오를 DVD로 복사하려고 비디오 플레이어를 샀는데, 그 안에 저주의 비디오가 들어있었던 거죠. 이틀 안에 저주를 풀지 않으면 당연히 죽는데, 이 저주를 푸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도시전설광인 교수의 도움도 진짜 쓸모없고 주변 사람들은 죽어나가죠. 그러다 중반에 심령 사건 전문가 콤비가 등장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사다코와 카야코를 붙게 해서 서로를 소멸시키자는 거죠.

영화의 도입부는 꽤 진지한 편입니다. 그냥 전통적인 [링] 영화 같죠. 중반 이후에 카야코네 옆집으로 이사 온 소녀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이 역시 그냥 평범한 [주온] 영화 같습니다. 단지 임팩트는 약한 편이죠. 일단 할 이야기는 오래 전에 다 한 시리즈들이라 특별함이 없고 한 영화 자리에 두 영화가 들어가니 호흡이 짧아지고 가벼워지죠.

해결사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드디어 [사다코 대 카야코]가 됩니다. 척 보기에도 그렇게 심각한 사람들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좀 뜨는데, 그렇다고 아주 코미디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뭔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른 구경거리를 기대하며 살짝 들뜨게 되지요.

그 결과는 어떠냐. 전 진지한 분위기가 좀 깨지더라도 이들 둘이 화끈하게 붙길 바랐습니다. 근데 기대만큼 신나는 구경거리는 아니네요. 호흡이 짧고 임팩트가 떨어집니다. 결말은 논리적이지만 (엔드 크레디트 뒤에 나오는 쿠키까지 보세요) 호러 장르의 관습을 고려한다고 해도 좀 무심하게 방치된 거 같고요. 사다코와 카야코가 만났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왕 만날 거 페스티벌 분위기가 조금 더 나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16/12/30)

★★

기타등등
올해 마지막 리뷰입니다. 딱 100번째 리뷰네요. 올해는 일과 슬럼프와 스트레스 때문에 리뷰가 좀 적었어요. 사실 읽은 책도 적었고 본 영화도 적었죠.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겠죠.


감독: Kôji Shiraishi, 배우: Mizuki Yamamoto, Tina Tamashiro, Aimi Satsukawa, Misato Tanaka, Masahiro Kômoto, Masanobu Andô, Elly Nanami, Rina Endo, Rintaro Shibamoto,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530995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9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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