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자의 밤 (2014)

2015.09.22 16:57

DJUNA 조회 수:6042


여주는 상담 콜센터에서 일합니다. 겉으로는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직원이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이 두 개 있어요. (스포일러, 스포일러!) 하나는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몰래 빼돌리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여 년 전 종말이 온다고 소란을 떨었던 신흥종교의 생존자라는 것이죠. 어느 날 이 종교의 신자 중 한 명이었던 중년 남자가 여주를 납치하면서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과거의 상흔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척 봐도 아시겠지만 김성무의 [선지자의 밤]이 모델로 삼고 있는 건 1992년 다미선교회 사건입니다. 당시 그 소동의 현장에는 이 영화의 여주와 비슷한 역할을 한 소녀가 있었다고 해요. 감독은 그 소녀가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지 상상하다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독교 계열 신흥종교가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소동을 다루고 있지만 정확히 반 종교적이거나 반 기독교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에는 무시하고 넘기기 어려운 성경 인용들이 있어서 (예를 들어 여주가 '세 번 부인하는' 장면은 베드로를 떠올리게 하죠) 이들을 '이단'으로 보는 그냥 주류 기독교적인 영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따지는 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영화는 광신도들의 만행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믿음 속에서 위안을 찾았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거기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결국 영화는 사람들을 그런 믿음으로 이끄는 사회 자체와 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신흥종교 광신처럼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보다 긍정적인 어떤 것일 수도 있어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결말을 다소 손쉽게 꾸몄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만, [선지자의 밤]은 묵직한 소재를 회피 없이 정면으로 다룬 인상적인 스릴러입니다. 종교를 다룬 영화로는 지나치게 편리하게 종교적 신비주의로 도피한 [사랑이 이긴다]보다 훨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15/09/22)

★★★

기타등등
이미소와 아역배우 신수연은 그렇게 닮은 편이 아닌데, 그 때문인지 모두 눈 밑에 점을 붙이고 나오더군요.


감독: 김성무, 배우: 이미소, 김영필, 홍완표, 전인협, 허성태, 신수연, 황석하, 양비나, 다른 제목: The Night of the Prophet

IMDb http://www.imdb.com/title/tt42705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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