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2012)

2012.10.23 00:09

DJUNA 조회 수:10799


수원은 병원 몰래 가족에게 돈을 받고 버림받은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속여 가톨릭 요양원에 입원시키면서 돈을 챙기는 간병인입니다. 남편인 동식은 옛날에 국가대표 사격선수였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자격을 잃고 지금은 중학교 사격코치일을 하고 있지요. 두 사람은 모두 가톨릭 신자지만, 종교는 그들에게 특별히 해주는 게 없습니다. 그냥 오래 전에 지겨워진 진부한 삶의 일부일뿐이죠.

시작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에게 닥치는 일들은 더 고약합니다. 동식은 어쩔 수 없이 이사장이 주는 술을 마시다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지요. 수원은 그런 동식을 위해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환자와 매춘을 하지요. 그러는 동안 그들의 딸 주미는 어느 날 실종되었다가... 하여간 정말 최악의 일이 일어날 것을 각오하며 손에 힘을 꽉 주게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이 영화 [터치]는 이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가지는 않습니다. 감독/작가인 민병훈은 그 정도까지 사디스트가 아니에요. 이 영화에서 가족이 겪는 고생은 구원으로 향하는 중간 과정입니다. 아무리 상황이 심난하다고 해도 이들은 결국 길을 찾게 되어 있어요. 그렇게 해서 그들을 찾아온 기적은 선명한 메시지보다 뜻을 이해하기 힘든 우연들로 구성된 알 수 없는 미스터리에 가깝지만요.

선교 영화를 기대하고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터치]는 가톨릭 영화지만 관객들에게 믿음을 강요할 생각은 없는 영화입니다. 민병훈에게 종교적 믿음은 그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이고 영화는 그 개인적인 고민의 표현입니다. 여러분은 이들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을 굳이 종교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어요. 주인공들이 그들에게 닥친 일들을 그런 식으로 해석한다는 것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예상 외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긴 민병훈은 재미없는 영화를 만든 적은 없습니다. 보다보면 종종 성당상영회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묵직한 종교적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들은 늘 재미있지요. [터치]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야기와 소재는 꿀꿀하지만 페이스는 날렵하고 드라마도 효율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단지 그 특유의 시적이고 명상적인 스타일과 종종 문어체가 되는 대사 때문에 날 것의 생생함은 좀 떨어지긴 하지만, 모든 영화에서 그런 식의 리얼리즘을 기대할 필요는 없겠지요. (12/10/23)

★★★

기타등등
전 요새 동물들이 종교적 상징으로 소비되는 장면들이 불편합니다. 그들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어쩌다보니 재수없게 인간들과 엮일뿐이지.

감독: 민병훈, 출연: 김지영, 유준상, 김지영, 윤다경, 다른 제목: Touch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ouch.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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