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 SF라는 서브 장르가 정말 있습니다. 생각만큼 이상하지는 않아요. 펄프 시절에 이 두 장르는 이웃에서 살았고, 내러티브 역시 공유하고 있지요. 고유명사만 몇 개 바꾸면 그대로 서부극에 이식 가능한 SF 역시 상당수입니다. 그러니 이 둘을 작정하고 결합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 방법은 많습니다. 시간 여행을 이용하거나, 서부극 무대에 외계인을 넣거나, 가상 현실을 쓰거나, 서부극 시대로 후퇴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서부 유원지에 총잡이 로봇을 데려오거나...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각색한 존 파브로의 [카우보이 & 에일리언]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식은 두 번째입니다. 서부극 무대에 외계인을 등장시키는 거죠. 이들은 잠자리 비슷하게 생긴 우주선을 타고 다니며 요새 UFO를 타고 다니는 외계인들과 비슷한 짓들을 합니다. 지구인들을 납치해 생체 실험을 하거나 소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거죠.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주인공은 어쩌다가 이들에게 납치되었다가 팔목에 차는 외계 무기를 훔쳐 달아났다가 기억을 잃은 남자로, 그가 우연히 들른 마을이 외계인들의 공습을 받자,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러 나섭니다.


딱 코미디여야 할 것 같은 제목이지만, 영화는 진지합니다. 적어도 의도적으로 코미디를 만들 생각은 없어 보여요. 특히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얽혀 있는 상황이 진지하기만 하다고 믿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진짜 그럴 리는 없겠죠. 그렇게 보이는 척 연기하고 있을 뿐.


영화에는 두 장르의 클리셰들이 별다른 계산 없이 섞여 있습니다. 무장강도, 아파치 원주민, 백인 농장주, 금광 마을, 총싸움과 주먹다짐이 벌어지는 술집, 주인공 사진이 붙은 현상금 포스터과 같은 건 서부극 것이죠. 지구의 자원을 약탈하러 머나먼 별에서 우주선을 타고 날아왔는데, 정작 지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멍청하고 험상궂은 외계인은 물론 SF 것이고요.


이것들이 섞이면 상승작용이 있을까요? 전 없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꽤 역사가 긴 서브 장르여서 둘을 섞는다고 도전적인 어떤 게 나오지는 않아요. 여전히 친숙한 영화가 되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쉬워요. 특히 징그럽고 멍청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외계인은.


기술적인 면은 괜찮습니다. 배우들은 프로페셔널하고 특수효과는 좋고 액션도 그 정도면 빠르죠. 하지만 [카우보이 & 에일리언]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제목의 영화를 낼 거였다면 조금 더 도전해도 좋았겠죠. (11/08/12)


★★☆


기타등등

전 용산 6관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정말 짜증날 정도로 화질이 안 좋았어요. 다른 분들은 어땠나요.

 

감독: Jon Favreau, 배우: Daniel Craig, Harrison Ford, Abigail Spencer, Buck Taylor, Olivia Wilde, Sam Rockwell, Matthew Taylor, Cooper Taylor, Clancy Brown, Paul Dano, Ana de la Reguera, Adam Beach, Noah Ringer, Keith Carradine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984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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