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덱스 Judex (1963)

2014.09.11 00:11

DJUNA 조회 수:3153


조르주 프랑주가 리메이크하고 싶었던 푀이야드의 영화는 [쥐덱스]가 아니라 [팡토마스]였습니다. 하지만 [팡토마스]의 판권은 그가 손댈 수 없는 다른 곳에 있었으니,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죠. 프랑주의 [팡토마스]라니, 상상만 해도 흥분됩니다만, 지금 그건 평행우주에서나 가능한 판타지입니다.

영화를 보면 그의 심술이 조금씩 보입니다. 일단 그는 쥐덱스에게 별 관심이 없어요. 그의 동기, 갈등과 같은 건 모조리 날아가 버립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과거도 고민도 없어요. 그는 그냥 복수하는 사람입니다. 프랑주는 쥐덱스에게서 멜로드라마를 지우고 팡토마스처럼 '원래 그런 애'로 만들려 했던 모양인데, 멜로드라마 주인공에서 멜로드라마를 빼면 뭐가 남나요. 아무리 사연이 날아갔다고 해도 복수하려는 남자의 딸에게 반했다면 최소한의 갈등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게 거의 안 보여요.

대신 그가 집중한 인물은 원작에서 무시도라가 연기했던 악당 디아나 몽티입니다. 여기서 가장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 영화가 움직이도록 계속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죠. 그렇다고 어떤 깊이나 동기가 있는 건 아니에요. 이 사람도 '원래 그런 애'지요. 단지 둘 다 '원래 그런 애'라면 정의의 복수자보다는 이기적인 악당 쪽이 더 그럴싸하지 않겠습니까? 불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미국인 마술사 채닝 폴록보다 프란신 베르제가 훨씬 시선을 끄는 배우고요.

스토리는 차갑고 조금씩 토막나 있습니다. 기본적인 액션들이 남아 있고 드라마와 사연이 제거되어 있는데, 그 때문에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진짜 이야기에서 뜯겨져 나와 헐겁게 재조립된 유령들처럼 보여요. 과장되고 괴상하지만 언제나 빽빽하게 이야기와 감정으로 차 있는 원작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지요.

남은 건 스타일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 스타일을 프랑주 관점에서 재해석한 흑백 이미지의 연속이죠. [얼굴 없는 눈]의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니랄까봐 종종 정말로 아름다워요. 드라마가 빠져 있다고는 했지만 그 생기없는 빈 공간이 일종의 귀기를 뿜어내기도 하고요. 여전히 원작을 보아야 완전히 이해가 되는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쓸데없는 리메이크는 아닙니다. 아니, 반대로 그 불완전함과 괴상함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요. 제2의 [얼굴없는 눈]을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하겠지만. (14/09/11)

★★★

기타등등
제작자들은 디아나 몽티 역으로 브리지트 바르도를 잠시 염두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까만 전신 타이츠를 입고 예뻐 보일 수 있는 사람으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모양. 하지만 너무 비쌌대요. 그리고 바르도가 했다면 프란신 베르제만큼 심술궂어 보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감독: Georges Franju, 배우: Channing Pollock, Francine Bergé, Edith Scob, Théo Sarapo, Sylva Koscina, René Génin

IMDb http://www.imdb.com/title/tt005720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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