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리스 Insensibles (2012)

2013.07.20 23:55

DJUNA 조회 수:8889


1930년대에 카탈루냐의 한 마을에서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발견됩니다. 고통을 모르기 때문에 남들의 고통 역시 상상하지 못하는 이들 때문에 끔찍한 사고들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이들을 모두 모아 병원에 감금합니다.

시대는 훌쩍 현대로 건너 뛰어, 우리는 다비드라는 외과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여자친구를 잃은 그에게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이 날아듭니다. 백혈병 때문에 오래 못 산대요. 유일한 치료법은 골수이식. 네, 짐작하셨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친부모라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은 친부모가 아닙니다. 다비드는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친부모를 찾아야 하지요.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의 [페인리스]는 이 두 개의 이야기를 빌 S. 밸린저 스타일로 번갈아가며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가 끝에 가서 밝히는 비밀의 일부는 그렇게까지 뜻밖은 아니에요. 두 이야기의 주인공, 그러니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베니그노가 다비드의 아버지가 아닐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요. 이 영화가 깔아놓은 비밀 대부분은 우리가 익숙한 멜로드라마의 공식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는 기대하지 마세요.

하지만 영화가 진짜 무게를 주고 있는 것은 관습적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그를 통해 그리는 스페인 현대사입니다. 스페인 내전에서부터 프랑코 독재까지 이어지는 어두운 역사를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존재가 된 베니그노라는 인물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하지만 역사의 공포는 베니그노가 괴물이 되는 순간이 아니라, 그런 괴물인 베니그노보다 프랑코의 독재국가를 지탱하고 유지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끔찍한 괴물임이 밝혀지는 순간에 절정에 이릅니다. 역시 사람이 가장 무서워요.

호러보다는 환상적인 멜로드라마에 가깝지만 그래도 고통스러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전 아이들이 다치는 걸 보기 힘들어해서 영화 초반을 아주 힘겹게 넘겼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스페인 문화의 멜랑콜리한 향취가 강하게 새겨진 아름다운 장면들도 많습니다. 숨이 조금 짧고 멜로드라마의 도식성에 갇혀 있으며 로맨스나 심리 묘사가 조금만 더 분명했다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예요. (13/07/20)

★★★

기타등등
저에겐 2013년 첫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봤어요. 개막식날 거기서 시사회가 있었거든요. 이런 건 처음이었어요.


감독: Juan Carlos Medina, 배우: Àlex Brendemühl, Tómas Lemarquis, Ilias Stothart, Mot Harris Dunlop Stothart, Derek de Lint, Ramon Fontserè, Sílvia Bel, Bea Segura, Juan Diego, Félix Gómez, Irene Montalà, Àngels Poch, Ariadna Cabrol, Bruna Montoto, Liah O'Prey, 다른 제목: Painless

IMDb http://www.imdb.com/title/tt175776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7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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