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고객들 (2011)

2011.04.01 13:11

DJUNA 조회 수:12587


[1번가의 기적]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재미있게 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수상한 고객들]은 뮤직 비디오/CF 감독인 조진모의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앞에 언급한 두 작품의 각본을 쓴 유성협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내용에 무게를 둔다면 후자에 더 기웁니다. 살벌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대충) 평균 이하의 사람들로 구성된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만들어내는 한국식 코믹 멜로드라마지요. 두 작품과 비교해보면 [1번가의 기적] 쪽에 더 가깝습니다. 


전직 야구선수인 보험사 직원 배병우라는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한참 잘 나가던 때에 고객의 자살방조혐의로 위기에 처한 그는 대략 2년 전에 계약을 맺었던 찜찜한 고객들을 떠올립니다. 가수 지망생인 소녀가장, 틱 장애에 걸린 노숙자,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아이 넷을 키우는 과부, 사기로 전재산을 날린 기러기 아빠. 계약상 2년이 지나면 이들이 자살을 하더라도 회사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배병우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생명을 연장하고 생명보험을 연금보험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말이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간 동행은 한국 보험회사들을 너무 얕본 각본이라고 하더군요. 배병우가 처한 상황은 굳이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고객들을 설득할 필요 없이 훨씬 간단하고 매정하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 전 모르죠. 하지만 배병우가 보기보다 훨씬 다정다감한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의 경력에 티끌 하나 남기기 싫어하는 성격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냥 해보는 말입니다만.  


영화의 내용은 스크루지 이야기의 변형입니다. [1번가의 기적]도 그렇지 않았던가요.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기계장치였던 주인공이 우연히 여러 사람들과 엮이다가 잠시 잃었던 인간성을 다시 되찾고 그로 인해 다들 대충 해피엔딩을 맺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는 동안 강도가 높은 신파와 코미디가 그들을 집중 공격하고요. 영국문학과 비교했지만 결과물은 매우 한국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 같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안 섭니다. 자기 목숨을 버리고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주는 것이 당연한 고려사항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무척 어두운 영화죠. 이걸 코미디화하는 건 괜찮습니다. 극단적인 감정은 서로 만나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걸 극도로 과장된 감상적인 클라이맥스까지 끌어갔다가 갑자기 훌쩍 건너 뛰어, 세월이 다 해결해주었네...라고 이야기를 맺는 태도는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1번가의 기적] 때도 그게 걸렸죠. 심지어 이건 장르적 해피엔딩보다 더 믿음이 안가요. 과연 이런 이야기를 보고 관객들이 충분한 위로를 받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기술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영화입니다. 준수하게 찍혔고, 류승범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좋지요. 박철민은 문어체 대사에 가끔 당황하는 게 보이고, 정성하는 오로지 막판에 기타를 치기 위해 캐스팅되었지만, 조연배우들도 대부분 잘 활용된 편이지요. 조진모에게는 잘 만든 데뷔작입니다. 단지 유성협은 슬슬 자신의 매너리즘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11/04/01)


★★☆


기타등등

정선경의 맏딸로 나오는 채빈이라는 배우는 장근석과 많이 닮았더군요.

 

감독: 조진모, 출연: 류승범, 성동일, 박철민, 정선경, 서지혜, 임주환, 윤하, 정성하, 채빈, 이지은, 이준하, 오은찬, 김수미, 다른 제목: Suicide Forecast, 인생은 아름다워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Suicide_Forecas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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