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르텟 Quartet (2012)

2013.03.18 22:27

DJUNA 조회 수:11152


이 영화의 제목 [콰르텟]에서 '콰르텟'은 현악4중주가 아닙니다. 베르디의 [리골레토]에 나오는 유명한 4중창이죠. 영화에서는 네 주인공들이 갈라 공연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비첨 하우스라는 양로원의 노인들입니다. 은퇴한 음악가들을 위한 곳으로, 원작인 동명 희곡의 작가이자 각본가인 로널드 하우드는 이 작품을 쓸 때 베르디가 세운 비슷한 성격의 양로원을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 베르디의 음악이 이처럼 자주 나오는 것도 그 때문. 이들이 공연하는 갈라도 베르디 탄생 몇 주년 기념이라는 핑계가 붙어 있습니다.

갈라의 총감독인 시드릭에 따르면 이 갈라는 망해버릴지도 모르는 비첨 하우스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 동기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시드릭 이외엔 이 갈라 공연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심지어 시드릭도 그런 상황을 연극적으로 과장하며 즐기는 것 같고요. 하긴 척 봐도 비첨 하우스는 완벽한 서비스를 과시하는 호사스러운 대저택으로, 실제로 망하고 있다고 해도 그런 갈라 공연으로 살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제 생각엔 시드릭과 다른 노인들은 자신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연을 하는 것 같아요.

영화의 다소 나른한 일상 묘사에 스토리를 잡아주는 것은 새로 양로원에 들어온 왕년의 프리마돈나 진 호튼입니다. 진은 젊었을 때 역시 이 양로원에 사는 레지널드 파젯과 부부사이였다가 헤어졌지요. 진이 다른 세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둘의 이야기도 정리가 됩니다.

대단한 드라마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진과 레지널드의 이야기 역시 몇몇 관습적 트릭으로 쉽게 풀릴 수 있는 종류고요.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라 매기 스미스, 톰 코트니, 빌리 코널리, 폴린 콜린스와 같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연기 앙상블입니다. 당연히 연기의 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캐릭터와 대사들에 무게 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죠. 그러면서 드라마도 좋으면 좋겠지만 영화의 야심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더스틴 호프먼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이전에 연극 연출은 해보았다지만 영화는 처음이지요(78년에 [Straight Time]이라는 자기 출연작을 감독하려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합니다.) 영화에는 초보 감독의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감독직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호프먼은 그냥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그와 비슷한 연배의 배우들을 통제하고 최상의 연기를 뽑아내면서, 그를 통해 자신의 나이와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13/03/18)

★★★

기타등등
비첨 하우스의 노인네들은 대부분 실제로 은퇴한 예술가들입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귀네스 존스.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그들의 이름과 경력, 젊은 시절의 사진들이 올라옵니다.

감독: Dustin Hoffman, 배우: Maggie Smith, Tom Courtenay, Billy Connolly, Pauline Collins, Michael Gambon, Sheridan Smith, Andrew Sachs, Gwyneth Jones

IMDb http://www.imdb.com/title/tt144195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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