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스토리 (2012)

2012.01.09 23:10

DJUNA 조회 수:9876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두 사람이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 와, 도전적이지 않습니까? 한 사람이라면 오진이라고 어떻게 마무리지을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이면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끝낼 수 없습니다. 작가들이 조금 더 도전적이 될 수밖에 없지요.


[네버엔딩 스토리]는 시치미 뚝 떼고 로맨틱 코미디스럽게 시작합니다. 송경은 안정된 미래를 꿈꾸고 몇 십년 앞까지 철저하게 계획된 삶을 사는 은행원이고, 동주는 발레와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는 동생 부부네 집에 얹혀 지내며 로또 1등 당첨만 노리는 반백수입니다. 어쩌다보니 같은 결혼상담소 고객인 두 사람은 같은 병원에서 뇌종양 말기라는 진단을 받으며 만납니다. 어떻게 보면 운명이 짝지어준 커플인 겁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그렇지.


영화의 전반부는 단 하나의 농담만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시한부 환자인데, 시한부 환자답지 않게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연애도 한다는 거죠. 이들은 수의를 고르고 수목장 공원을 오가면서 데이트를 합니다. 여기에는 모든 일을 계획 하에 진행하는 여자 주인공 송경의 캐릭터가 큰 역할을 합니다. 남자 주인공 동주는 그냥 업혀가는 거고.


이런 농담은 처음 몇 분은 재미있지만 곧 지겨워집니다. 우선 영화 하나를 지탱할 정도로 강한 게 아닙니다. 둘째로, 하다보면 내용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해집니다. "나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코미디 같지 않은 소재 가지고 코미디를 하고 있지롱!"식의 척하는 태도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이 순간부터 코미디는 재미와 순수성을 반쯤 잃어버립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여기서 벗어나거나 다른 농담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모릅니다.


더 나쁜 건, 영화가 간신히 찾아낸 탈출구가 그냥 신파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앞에 깔아놓은 농담들이 있으니 작정하고 눈물 찍 신파로 직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에요. 특히 이 영화의 결말은 그냥 믿을 수가 없습니다. 순전히 결말을 내기 위해 논리고 드라마의 흐름이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붙인 거죠.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정말로 도전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이 소재를 선택한 순간부터 도전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되어야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선택한 사람들은 그 도전성을 감당할 수 없나 봅니다. 늘 이렇게 주저앉고 만단 말이죠. (12/01/09)


★★


기타등등

아무리 자주 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또 카피 제목입니까?"

 

감독: 정용주, 출연: 정려원, 엄태웅, 유선, 박기웅, 최은주, 박수용, 이병준, 이칸희, 권해효,  차태현, 마동석, 김형범, 박성광, 차화연, 박용식, 안혜경, 다른 제목: Never Ending Story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Never_Ending_Story.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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