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좋은 번역제목은 아닙니다. 직역이지만, 원제의 간략함이 사라져서 장황하고 구차하게 들립니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떠오르는 건 아니군요. 극복할 수 없는 언어갭이라는 것도 있는 겁니다.


하여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마이클 코넬리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입니다. 주인공 미키 할러는 코넬리의 또다른 주인공 해리 보쉬의 배다른 동생인데, 커다란 링컨 리무진을 사무실 삼아 몰고 다니며 밑바닥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형사 전문 변호사입니다. 일은 잘 하지만, 이렇게 살다보면 인생에 대한 회의가 찾아오죠. 도대체 변호사라는 직업은 무엇이고 정의와 법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성폭행과 살인미수로 체포된 루이스 룰레라는 남자가 사건을 의뢰해오면서 그의 인생엔 광명이 찾아오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일단 의뢰인이 부자라니 돈은 엄청 벌겠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은근히 그럴싸해보여요. 정말로 무고한 사람을 구해주는 일이 될 수도 있지요.


미국 하드보일드 문학이나 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은 분멍 미키 할러만큼 낙천적이 아닐 거고, 실제로 영화와 소설도 그 방향을 따라갑니다. 보통 때 같으면 전 앞에 스포일러 경고를 걸었겠지만, 이번엔 그럴 의욕이 안 생기는군요. 공식 예고편만 봐도 사건의 진상이 보이지 않습니까.


영화의 미스터리 구조는 그리 신선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냥 비슷비슷한 선배 소설들에서 가져와 엮은 것 같죠. 소설은 미스터리보다는 미키 할러의 캐릭터와 그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인류학적 연구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줄거리 위주인 영화에서는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없는 스토리를 집중적으로 캘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아주 충실하게요. 그러다 보니 제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법정 장면도 별다른 변형없이 그대로 남더군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관객들이나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미키 할러가 법정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아니지 않습니까.)


영화가 캐릭터와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소설보다 훨씬 소화하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의 고뇌와 위기상황이 원작보다 간략화된 느낌이죠. 카타르시스를 위한 서비스와 같은 장면들도 추가되어 있고요. 그 결과 영화 속 미키 할러에게 루이스 룰레 사건은 그냥 그가 연속극 주인공으로 있는 세상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처럼 보여요.


그래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준수한 할리우드 베스트셀러 각색물입니다. 뻔한 이야기이고 지나치게 간략화되어 있다고는 해도 능숙한 전문가들에 의해 물 흐르듯 유려하게 움직이지요. 마치 영화 속의 미키 할러처럼 말입니다. 매튜 매커너헤이도 오래간만에 적역을 맡았고요. 이 배우는 영화만 제대로 맡으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11/06/10)


★★★


기타등등

마이클 코넬리의 사이트에 가보니 해리 보쉬와 미키 할러가 팀으로 나오는 소설도 한 권 있더라고요? [The Reversal]라고. 할러는 보쉬 소설인 [9 Dragons]에도 조연으로 나온다고 해요.

 

감독: Brad Furman, 출연: Matthew McConaughey, Marisa Tomei, Ryan Phillippe, William H. Macy, Josh Lucas, John Leguizamo


IMDb http://www.imdb.com/title/tt11893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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