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가의 늑대인간 Lobos de Arga (2012)

2012.07.25 09:45

DJUNA 조회 수:5946


무명작가 토마스는 새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15년만에 애견 비토와 함께 고향 아르가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아르가에는 그가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110년 전 사악한 후작부인이 아이를 갖기 위해 집시 서커스 단원을 범하고 서커스단을 몰살한 뒤로 끔찍한 저주가 떠돌고 있었던 거죠. 후작부인이 낳은 아기는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고, 마을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딱 100년 뒤에...

물론 [아르가의 늑대인간]은 코미디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죠. 주인공이라는 토마스는 척 봐도 그리 믿음이 안 가는 친구가 아닙니까. 양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고향친구나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에이전트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의 주인공 무리 중 그나마 똑똑해보이는 건 토마스의 개 비토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패러디나 장르 재해석 같은 건 아닙니다. 여전히 단단한 호러지요. 영화는 늑대인간을 [트와일라잇]의 제이콥처럼 물렁물렁하게 만드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토마스 일행에게 닥치는 위기는 진짜입니다. 늑대인간들은 진짜로 위험한 괴물들이고요.

영화의 코미디도 이런 소재를 가볍게 여기는 대신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데에서 옵니다. 이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저주란 것은 엄격하게 생각할수록 괴상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영화는 그 상황의 신경질적인 면을 최대한으로 이용합니다. 그러다보면 그게 상당히 잔인무도한 신체손상 코미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영화의 특수효과는 내용만큼 전통적입니다. CG가 거의 없고 일반적인 특수분장이 주를 이루죠. 보고 있으면 80년대 늑대인간 영화의 전성기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당시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맞아, 늑대인간이란 저런 거지'라고 웃고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되지요.

하여간 신나는 영화입니다. 시니시즘이 지배하는 현대 호러 영화계에서 아직까지 이처럼 진지한 태도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12/07/25) 

★★★

기타등등
내용상 프롤로그는 전혀 필요가 없더군요. 중간에 거의 똑같은 내용을 주인공 친구가 이야기해주니까요. 원래 각본에는 없었던 걸 나중에 추가했나 보죠.  


감독: Juan Martínez Moreno, 출연: Carlos Areces, Gorka Otxoa, Secun de la Rosa, Mabel Rivera, Luis Zahera, Manuel Manquiña, 다른 제목: The Wolves of Arga, Game of Werewolves

IMDb http://www.imdb.com/title/tt165055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8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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