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겐의 철교 The Bridge at Remagen (1969)

2015.02.28 21:38

DJUNA 조회 수:2315


[레마겐의 철교]의 무대는 1919년부터 1945년까지 라인 강 사이의 레마겐과 에르펠을 연결했던 루덴도르프 다리입니다. 이곳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건 1945년 3월 당시 폭파되지 않고 라인강에 남아있던 유일한 다리였기 때문이죠. 당연히 연합군은 다리를 지키려고 했고 독일군은 이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다리를 폭파하려는 독일군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연합군은 17일에 다리가 붕괴될 때까지 이를 잘 써먹었던 모양인데, 유명세만큼 중요한 다리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도 레마겐에서는 요새도 이 다리 유명세로 관광객들을 꽤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존 길러민의 [레마겐의 철교]는 켄 헥슬러가 쓴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기본 이야기는 실화에서 취하고 있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허구입니다. 주인공들은 실존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역시 허구고요. 적어도 영화의 미국측 주인공인 필 하트먼이 실존 인물인 칼 하인츠 팀머만(이름 때문에 헛갈리지 마세요. 미군 장교였습니다)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아군, 적군이 분명하게 갈리는 영화는 아닙니다. 별 감정없이 둘을 공평하게 다루고 있는데 오히려 독일군 비중이 미군 비중보다 살짝 커요. 이게 말이 되는 것이, 영화는 미군과 독일군이 싸우는 영화라기보다는 유능한 군인들이 무능력한 상부의 방해나 무리한 명령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독일군의 입장이 더 어처구니 없기 때문에 그 비중이 더 클 수밖에 없죠. 액션의 쾌감보다는 전쟁의 피곤함과 부조리함의 갑갑함이 팍팍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영화는 독일측 주인공인 파울 크뢰거의 담뱃갑을 하트먼이 줍는 식의 장치로 두 사람이 같은 입장의 피해자라는 걸 보여주기도 하는데, 전 이건 좀 오글오글합니다.

일급 스타로 밀고 가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치고 시니컬한 필 하트먼을 연기한 조지 시걸, 휴고 보스 군복이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크뢰거 역의 로버트 본, 현실적인 안젤로를 연기한 벤 가자라 모두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지 영화의 모델이 된 인물들이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좋아했을 거란 생각은 안 들어요. 그 중 두 명은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엔 이미 고인이었으니 별 상관은 없었겠지만.

이 정도면 제2차 세계대전 영화 유행의 끝물을 장식하는 만족스러운 장르 전쟁물입니다. 단지 열혈 전쟁영화팬들이 아닌 사람들까지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할 이유는 없어 보여요. 위에 언급한 담뱃갑 장면도 그렇지만 영화의 정서가 좀 골수팬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추억의 영화' 팬들이 이 영화를 많이 좋아해서 텔레비전에서 꽤 자주 틀어줬답니다. (15/02/28)

★★★

기타등등
냉전 시절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찍은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나름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는데 촬영 중에 그만 소련군이 쳐들어와서...


감독: John Guillermin, 배우: George Segal, Robert Vaughn, Ben Gazzara, Bradford Dillman, E.G. Marshall, Peter van Eyck, Hans Christian Blech

IMDb http://www.imdb.com/title/tt006411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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