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Mamá (2008)

2012.12.29 15:39

DJUNA 조회 수:9326


[마마]는 안드레아스 무치에티가 2008년에 연출한 3분짜리 단편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되어서 본 기억이 나요. 눈에 뜨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같이 상영된 다른 영화들에 비해 화질이나 촬영, 특수효과의 퀄리티가 월등히 높더라고요. 가차없이 질주하는 호러효과도 상당했고요. 그러다가 마지막 효과 이후 꽝하고 예고없이 끝나버렸으니, 관객들은 허무해하기도 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이 영화는 그냥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무치에티는 다른 작업에 쓰려다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을 발견했는데, 몇 주 안에 집이 헐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집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하나 찍기로 결정했대요. 그 때문에 각본 작업부터 촬영까지 거의 논스톱으로 전개되었다고 합니다. 전 이 작업속도가 영화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3분이면 멋진 러닝타임이죠. 

거의 [장화, 홍련]스러운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두 어린 자매가 한밤중 빈 집에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엄마'가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엄마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고요. 영화는 그런 건 설명 안 합니다. 대신 영화는 이야기 중간부터 시작해서 자매와 엄마의 대결을 짧게 보여줍니다. 꽝!꽝!꽝! 호러효과를 터트리면서요.

분명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결말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영화가 의도적으로 비워낸 정보의 구멍은 관객들의 컴컴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야기가 짧아질수록 이야기의 어둠은 더 커지고 영화는 더 오싹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이 컴컴한 구멍은 상당한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구현된 '엄마'의 존재감에서 대부분의 힘을 얻습니다.  

얼마 전에 무치에티는 기예르모 델 토로 밑에서 [마마]의 장편버전을 만들었습니다. 곧 개봉되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어요. 델 토로나 무치에티가 원작의 '구멍'을 채우고 싶어했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원작의 매력이 바로 그 '구멍'에 있었으니 장편영화가 제대로 살려면 원작에 의존하지 않는 전혀 다른 매력을 만들어내야하겠죠. (12/12/29) 

★★★

기타등등
1. 스페인 단편 버전의 아이들이 할리우드 버전 아이들보다 예쁩니다. 그냥 제 눈엔 그렇다는 겁니다.  

2. 기예르모 델 토로의 소개가 붙은 파일이 장편 홍보용으로 유튜브에 돌던데, 거기서는 영화의 결말을 잘라냈더군요.

감독: Andres Muschietti, 배우: Victoria Harris, Berta Ros, Irma Monroig

IMDb http://www.imdb.com/title/tt131588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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