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

2012.05.24 23:50

DJUNA 조회 수:9401


신디와 딘은 신디의 할머니가 있는 양로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신디는 대학생, 딘은 이삿짐 센터 직원이었지요. 둘은 사랑에 빠졌고 연애를 했고, 결국 신디는 임신을 했습니다. 6년 뒤 그들은 서로에게 지친 부부가 되어 힘겨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요. 영화는 이 두 시간대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블루 발렌타인]을 먼저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그 해에 나온 가장 슬픈 로맨스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요샌 극장 안에서 우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전 그 사람들의 말을 믿었기에 어느 정도 먹먹한 감정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어땠냐고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보는 동안 사랑의 유한성에 대한 처절한 이야기를 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한참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전 보는 동안 계속 냉정해지더라고요.

네, 로맨틱한 사랑의 유한성은 영화의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신디와 딘의 결혼생활이 엉망인 건 사랑의 유한성이라는 일반론 때문은 아니었어요. 결혼 6년을 넘겨서도 얼마든지 잘 사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신디와 딘의 결혼생활이 엉망이라면 다른 변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건 관객들 눈에 그냥 보여요.

한마디로 조건의 문제입니다. 신디는 중산층 출신 대학생이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의대에 갈 계획도 갖고 있지요. 딘은 가방끈도 짧고 돈도 없고 직장도 별로입니다. 이런 두 사람이 갑작스러운 임신 때문에 결혼을 했습니다. 신디는 의대를 포기하고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딘은 페인트공인데 그것도 그리 열심히 하는 거 같지 않아요. 당연히 경제사정은 나쁘고 아내 혼자만 고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가 '결혼생활을 접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영화에서 딘은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로맨틱하고, 여자들은 조건만을 챙긴다고 합니다. 맞는 말일 겁니다. 하지만 신디와 딘의 결혼 생활 6년은 왜 여자들이 이 불평등한 세계에서 그렇게 엄격하게 조건을 따지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학벌, 계급을 넘어 뜨거운 사랑을 하면서 잘 사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많죠. 그리고 그들에게 문제점은 '사랑의 유한성'이 아닙니다. 그런 건 눈앞에 닥친 진짜 문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요.

감독/각본가 데릭 시안프랜스의 의도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도가 무엇이건 신디와 딘의 이야기는 정곡을 찌릅니다. 제가 뭔지 확신하지 못하는 의도 때문에 다른 이야기나 주제가 망가지는 일이 없죠. 그만큼이나 두 사람의 연애 생활과 결혼 생활의 묘사에는 생생한 사실감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성은 미셸 윌리엄스와 라이언 고슬링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와 앙상블에 의해 지탱됩니다. 특히 미셸 윌리엄스는 실제로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노동자 계급 맞벌이 주부의 피곤함을 어쩜 저렇게 잘 이해하는지 신기할 지경이죠. 두 사람은 심지어 6년간의 세월을 표현하기 위해 한 달 간의 휴식기간 동안 같은 집에 살면서 체중까지 늘렸다고요. 영화의 상당부분은 배우의 즉흥연기에 의존하고 있는데, 아마 그 때문에 시안프랜스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영화가 잡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2/05/24) 

★★★☆

기타등등
영화에서 라이언 고슬링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문신을 하고 있던데,  그게 진짜인가요. 


감독: Derek Cianfrance, 출연: Ryan Gosling, Michelle Williams, Faith Wladyka, John Doman, Mike Vogel, Marshall Johnson, Jen  Jones, Maryann Plunkett 

IMDb http://www.imdb.com/title/tt112098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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