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미 (2013)

2014.01.24 15:25

DJUNA 조회 수:4598


전문 프로파일러 이호태 경위가 추적하던 연쇄살인마가 그만 뺑소니차에 치어 중상을 입습니다. 그 덕분에 범인은 체포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호태는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나서요. 하지만 찾아낸 뺑소니범은 10년 전에 헤어졌던 호태의 첫사랑인 윤진숙. 그리고 진숙은 알고 봤더니 지난 몇 년간 굵직굵직한 범죄를 저질러왔던 전문 도둑이었죠.

김아중을 전설의 괴도로 캐스팅하는 건 나쁜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좋죠. 그런 김아중 캐릭터를 좋다고 따라다니며 개고생하는 경찰 역에 주원을 캐스팅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나쁘지 않아요. [캐치미]라는 영화가 투자자들을 모으고 제작되어 극장에 걸린 것도 다 이 기본 아이디어가 그럴싸하게 보였기 때문이겠죠.

아이디어와 캐스팅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건 시작의 시작일 뿐이죠.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제대로 된 재료는 그게 전부입니다.

계산착오는 시작부터 보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연쇄살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을 뺑소니범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물론 [달콤 살벌한 연인]처럼 연쇄살인범이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도 있으니 못 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그에 어울리는 톤 조절이 필요해요. [캐치미]는 그런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희생자가 연쇄살인마라는 이유로 대충 얼버무리려하는데, 이건 그렇게 쉽게 풀릴 일이 아닙니다. 무면허로 차를 몰고 나갔다가 같은 사람을 두 번이나 쳐놓고도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그대로 내밀고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라고 우길 수는 없어요. 이건 주인공이 전문 절도범인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뒤로 일어나는 일들은 난장판입니다. 일단 호태는 진숙을 자수시키려 합니다. 영화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진숙이 호태 옆에 남아 로맨스를 쌓길 바랍니다. 둘 다 타당한 동기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이들은 이유 없이 중간에 시들어버리고 동기와 심리묘사는 혼란에 빠집니다.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진숙이겠죠. 하지만 영화는 진숙에 대해 관객들보다 아는 게 없습니다. 일관된 동기가 있긴 한 건지도 의심스러워요. 그 때문에 뒤에 이어지는 엄청나게 길고 지리한 결말들 이후에도 뭔가 제대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캐치미]는 그냥 설익은 영화입니다. 캐릭터, 스토리, 설정이 온전히 익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이디어와 캐스팅, 몇몇 농담만 믿고 나선 결과 이 꼴이 된 것입니다. 조금만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팠다면 이 사람들도 이 방향에 길이 없다는 걸 알았겠죠. (13/12/03)

★☆

기타등등
주원 캐릭터의 취미는 건담 모형 조립입니다. 그 디테일 묘사에 대해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이런 걸 할 거라면 전문 덕후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죠.


감독: 이현종, 배우: 김아중, 주원, 주진모, 배성우, 백도빈, 황태광, 차태현, 박철민, 김희원, 사희, 신승환, 김미라, 이상훈, 권성욱, 다른 제목: Steal My Hear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Catch_Me.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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