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넘버 포 I Am Number Four (2011)

2011.02.20 11:00

DJUNA 조회 수:13062


[아이 엠 넘버 포]의 주인공 존은 로리언이라는 외계 행성에서 도망 온 아홉 명의 아이들 중 한 명입니다. 로리언은 사악한 모가도어 행성의 공격을 받고 멸망했고, 모가도어인들은 남은 아이들을 한 명씩 살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들은 순서대로밖에 못 죽입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피타커스 로어의 원작소설에서는 로리언 원로들이 걸어놓은 주문 때문이라더군요. 왜 그런 쓸데없는 주문을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더 나은 주문이 있을 텐데.


주인공은 외계인, 그것도 잘생긴 백인남자애처럼 생긴 외계인입니다. 그런 외계인이 그를 돌봐주며 아버지 역할을 하는 보호자와 함께 달아나다가 오하이오의 시골 마을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녀석은 지금까지는 잘 몰랐지만 초능력도 있습니다. 손바닥에서 빛이 나면 염력을 쓸 수도 있고 육체적 능력도 뛰어납니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전에 몇 번 씩 본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스몰빌], [버피], [커버넌트], [로스웰]... 예는 끝도 없습니다. [트와일라잇]을 빼먹었다고요? 음, 그것도 있죠. 하지만 생각보다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존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에드워드와는 달리 주체거든요. 제가 예상했던 '내 남자친구는 외계인' 형식에서 조금 벗어나 있더라고요. 


이 공식은 지겹습니다. 외계인/초능력자 = 청소년의 은유와 대리만족도 지겹고, 왜 저들이 죽어라 고등학교로 가는지도 모르겠어요. 거기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요. 그리도 왜 다들 백인 패션 모델들처럼 생긴 건가요? 외계인이라며! [슈퍼맨]의 전통이라는 이야기는 제발 하지 마시길. 그런 전통을 지켜야 할 건 [스몰빌]밖에 없습니다. 기왕 SF라는 장르를 택했다면 최소한 시대에 자신을 맞추려는 시도는 해야죠.


그래도 전 영화 속에 나오는 정보들을 챙겨 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해봤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중반에 보면 '고대 외계인' 가설이 나오더군요. 아마 이 영화의 세계는 우리가 익숙한 외계인 음모론의 세계가 조금 변형된 곳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로리언과 모가도어 인, 지구인들은 모두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로리언은 노르딕 외계인의 친척 쯤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 어딘가에는 그레이 외계인도 있는 걸까요?


그러나 이러한 자비로운 시도는 무리한 사건 전개 때문에 계속 망가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은 지구로 피신한 외계인이나, 그들을 추적하는 외계인들 같지 않아요. 항성간 여행을 할 줄 아는 존재의 지성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특히 영화 내내 문신한 코미디언처럼 구는 모가디어 인 암살자들은 단 하나의 목표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억센 턱을 한 근육질 남자 주인공 애가 새로 사귄 여자애 앞에서 폼을 잡을 수 있게 전우주적 지원을 하는 거죠. 


압니다. 완벽한 소망성취처럼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건 없지만, 그것들을 계속 불량식품처럼 집어삼키는 구매자들이 있다는 거. 그들을 위해 누군가가 계속 이와 비슷한 무언가를 생산해 낼 거라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진부함에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죠. 같은 공식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최소한의 발전은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로리언 레가시]의 첫 편에는 그런 발전이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습니다. (11/02/20)


★★


기타등등

마티 녹슨이 각본에 조금 참여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감독: D.J. Caruso, 출연: Alex Pettyfer, Timothy Olyphant, Teresa Palmer, Dianna Agron, Callan McAuliffe, Kevin Durand, Jake Abel, Jeff Hochendon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4645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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