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딸들 Las hijas del fuego (2018)

2020.04.22 23:23

DJUNA 조회 수:1723


오늘 본 영화는 알베르티나 카리의 [불의 딸들]. 아르헨티나 영화예요. 영화의 배경은 파타고니아. 남극을 제외하면 세상의 끝이고 펭귄이 사는 곳이지요. 영화가 시작되면 애인 사이인 두 여자가 몇 년 만에 재회해요. 둘은 섹스를 하고요. 이들은 밤에 바에 놀러갔다가 남자들과 패싸움이 붙은데, 그러다 다른 여자를 만나요. 셋은 같이 밤을 보내고요. 이들은 훔친 차를 타고 파타고니아 평원을 질주하는데, 그러는 동안 점점 여자 승객들의 수가 늘어납니다.

친척들을 만나기도 하고,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아내를 구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섹스예요. 우리가 처음 본 두 주인공 중 한 명은 여자들을 위한 포르노를 찍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절반 이상은 정말 포르노 수준의 섹스인 거 같아요. 포르노 수준이 뭐예요. 그냥 포르노죠. [불의 딸들]은 아트하우스 포르노입니다. 섹스 신은 굉장히 적나라하고 많고 길어요. 전 보다가 좀 지쳤습니다. 원래 섹스 구경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서 제 한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닌데, 그래도 이 때문에 불편해하는 관객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무비에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적나라한 섹스신에 대한 경고가 붙더라고요.

영화의 섹스는 당연히 정치적입니다. 이 영화의 섹스신은 그렇게 온순하게 안전하지 않아요. 적나라하기도 하지만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의 관음적 즐거움을 위해 봉사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발하고 공격하고 불편하게 하려 하지요. 영화는 그렇게까지 보여지는 육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체형의 다양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질주하고 있고 그걸 보는 관객들이 무얼 느끼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결국은 유토피아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일종의 퀴어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지요. 얼마 나오지 않는 남자들은 간신히 악역이나 방해물이나 안내인의 기능만 수행한 채 사라지고 주인공들은 이들의 시선에서 해방된 여자들만의 세상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건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지는 난교지요. 그래요. 그렇겠지요. (20/04/22)

★★★

기타등등
무비에서는 어제 내렸어요. 전 늘 내리기 10분 전에 트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내린 뒤에 영화를 본다는 경험이 좋은 거 같아요.


감독: Albertina Carri, 배우: Rocío Zuviría, Mijal Katzowicz, Violeta Valiente, Rana Rzonscinsky, Canela M, Ivanna Colona Olsen, Mar Morales, Carla Morales Ríos, Andrés Ciavaglia, 다른 제목: The Daughters of Fire

IMDb https://www.imdb.com/title/tt8805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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