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웰먼의 [옥스보우 인서던트]는 월터 반 틸버그 클락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이 작품은 종종 첫 현대 서부소설로 분류되고 있다고 합니다. 19세기 서부가 무대이고 카우보이나 보안관이 나오기는 하지만 서부극에 나오는 관습적인 스토리는 쓰고 있지 않다는 의미겠죠. 이런 종류의 책이 과연 1940년에 처음 나왔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용만 보면 웰먼의 영화가 당시에 나왔던 다른 종류의 영화에 비해 많이 튀긴 합니다. 종종 노골적으로 안티-서부극을 의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네바다에 있는 작은 마을이 무대입니다. 시대배경은 1885년. 마을은 두 주인공인 아리와 길이 오기 전부터 분위기가 많이 안 좋은데, 최근에 소도둑질이 일어났기 때문이죠. 곧 농장주인 래리 킨케이드가 도둑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도둑들을 잡아 목을 매달겠다며 수색팀을 구성합니다. 그날 밤 킨케이드의 소 몇 마리를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을 발견한 이들은 재판도 없이 이들을 목매달려 합니다.

스케일만 보면 짧고 소박하고 작은 영화입니다. 러닝타임은 75분. 액션 장면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요. 중간에 말달리는 장면 몇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튜디오 안에서 찍었어요. 밤 장면에 대화 위주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하여간 거의 연극 같은 영화입니다.

헨리 폰다와 같은 굵직한 배우가 '정의로운' 역을 맡고 있긴 하지만 특별한 주인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영화입니다. 소수의 주인공의 활약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죠. 당연히 서부극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분명한 선악구별과 권선징악은 없습니다. 선과 상식의 편에 선 사람들은 무력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건 악당들이 아니라 평범하고 어리석은 보통 사람들입니다.

여러 도발적인 이슈가 극도로 압축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일단 사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죠. 린치라는 테마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인종문제를 언급하고 있기도 하는데 (도덕적으로 올바른 소수파로 흑인 캐릭터가 나오는 드문 40년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는 미국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문제였습니다. 흑인 인종차별 문제도 있었지만 적국 출신이란 이유로 수용소에 갇혀 있던 일본인 이민자 문제도 있었죠.

전 영화가 남성문화에 대해 취하고 있는 냉정한 태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 영화에서 린치는 남성집단 안에서 당연시되고 묵인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남성적인 행동으로 그려집니다.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제대로 된 전투 경험도 없으면서 언제나 군복을 입고 다니는 테틀리입니다(아, 익숙해요, 익숙해). 그가 심약한 아들 제럴드를 남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린치를 요구하는 장면은 메시지가 너무 분명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 이 무리 중 여성이 한 명 끼어있다는 건 오히려 이 메시지를 더 분명히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문화의 남성성이지 멤버의 생물학적 성이 아니죠.

이에 비하면 희생자를 그리고 교훈을 주고 결말을 맺는 방식은 기독교적입니다. 이 영화에서 살인죄로 몰린 도널드 마틴은 여러 모로 예수 상징입니다. 데이나 앤드루스가 거의 성인처럼 아름답게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척 봐도 도둑 둘과 십자가에 못 박힐 운명인 예수와 그림이 겹치죠. 심지어 지금 보면 영화의 인공적인 세트는 성서극의 배경처럼 보이기도 해요. 영화는 원작에는 끝까지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편지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를 성서화시킵니다. 당시엔 주장을 강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을 거예요.

개봉당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옥스보우 인서던트]는 당시 흥행에서 실패했던 영화입니다. 찍고 나서 2년 동안 창고 안에 머물러 있었고 개봉된 뒤에도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죠. 심지어 이 영화에 호평을 한 비평가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 영화의 흥행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만드는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일이죠. 할 말이 있다면 눈 앞의 손해가 눈앞에 보인다고 해도 해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15/09/30)

★★★★

기타등등
무명 시절 안소니 퀸이 나옵니다.


감독: William A. Wellman, 배우: Henry Fonda, Dana Andrews, Mary Beth Hughes, Anthony Quinn, William Eythe, Harry Morgan, Jane Darwell, Matt Briggs, Harry Davenport, Frank Conroy

IMDb http://www.imdb.com/title/tt003624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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