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으로 Into the Woods (2014)

2014.12.24 22:56

DJUNA 조회 수:7992


[숲속으로]의 원작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1986년작 무대 뮤지컬입니다.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 [라푼젤], [레드 라이딩 후드]와 같은 동화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다고 치고 풀어가는 이야기죠. 1막에서는 아기 없는 빵집 부부가 집에 걸린 저주를 풀고 아기를 얻기 위해 모험을 펼치는데, 그러는 동안 신데렐라, 잭, 라푼젤, 레드 라이딩 후드를 만나 그들을 동화책 결말로 이끕니다. 2막에서는 그 동화책 결말이 1막에서 죽은 남편의 복수를 하러 온 아내 거인의 등장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주인공들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드하임의 원작을 [말리피센트]와 같은 정치적 공정함을 얹은 동화 비틀기 유행의 시조나 일부로 보는데,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페미니즘과 계급 문제와 같은 현대적인 터치는 분명 있어요. 하지만 이 뮤지컬에서 이야기는 과격한 각색에도 불구하고 보다 원형적인 모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뮤지컬의 무대가 되는 숲은 이들을 부수거나 비트는 대신 단단하게 하나로 묶습니다. 제가 정신분석학에 대해 보다 진지한 사람이라면 여기에 대해 더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손드하임의 뮤지컬들이 대부분 그렇듯, 아니, 대부분의 성공적인 무대극이 그렇듯 영화화하기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음악 자체가 배우들이 무대의 구체적인 위치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고 치고 그 틀안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졌지요. 내레이터의 활용처럼 극장주의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도 많고요. 이를 대중영화로 옮기려면 무대극에서 느꼈던 재미를 많이 잃게 됩니다. 이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대안은 베리만이 [마술피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극장 자체를 영화로 끌어오는 것이겠지만 그건 이런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에선 어림없는 일이죠.

어떻게 바뀌었느냐. 많은 생략이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아저씨는 사라졌어요. 1막과 2막이 몇 년의 터울 없이 끊어지지 않고 논스톱으로 전개되는데, 그 때문에 빵집 아내가 마법의 힘으로 속성 임신하는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라푼젤의 결말은 사라졌고 (디즈니사에서 싫어했다고 합니다. 하긴 라푼젤은 디즈니 공주이기도 하니까요!) 내레이터와 캐릭터와의 상호작용도 없습니다. 물론 그의 결말도 사라졌죠. 그 때문에 (목소리만 나오는) 내레이터가 영화 중간에 아무 이유도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몇몇 노래들이 증발했고요.

음악면에서 [숲속으로]는 팀 버튼의 [스위티 토드]보다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스위니 토드]는 그냥 영화로 보면 좋지만 OST는 좀 민망하죠. 하지만 [숲속으로]는 OST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도 그렇지만 무대극의 정수를 [스위니 토드]보다 더 많이 가져온 작품이에요. 메릴 스트립을 포함한 많은 배우들이 상당한 수준의 뮤지컬 연기를 보여주고요.

단지 롭 마샬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는 것 이외에 무엇을 더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좋은 특수효과와 세트 디자인이 있지만 사실 뮤지컬을 떠나 영화로 옮겨가면서 [숲속으로]가 얻은 건 많지 않아요. 더 좋은 오케스트라와 더 유명한 배우 정도. 팀 버튼과는 달리 잘려나간 무대의 매력을 보완할 고유의 영화적 매력은 갖고 있지 않은 작품이죠. 영화의 유머 감각도 어느 정도 날아갔는데, 이건 롭 마샬의 감각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원작 팬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들은 그래도 버나데트 피터스가 나오는 오리지널 캐스팅 실황 녹화물을 더 좋아하겠지만 이 영화에도 좋은 부분이 많죠. 단지 손드하임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무언가 빠진 거 같다고 느낀다고 해도 뭐랄 수가 없겠어요. 원작의 어른스러운 매력이 많이 날아간 건 사실이거든요. (14/12/24)

★★★

기타등등
그래도 각색 초반엔 내레이터를 직접 출연시킬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염두에 둔 배우들도 있었던 거 같고. 하지만 이를 영화적 형식 안에 맞춰 끼워넣을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나봐요.


감독: Rob Marshall, 배우: Anna Kendrick, Daniel Huttlestone, James Corden, Emily Blunt, Christine Baranski, Tammy Blanchard, Lucy Punch, Tracey Ullman, Lilla Crawford, Meryl Streep, Johnny Depp, Billy Magnussen, Mackenzie Mauzy, Chris Pine, Frances de la Tour

IMDb http://www.imdb.com/title/tt218041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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