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End of Watch (2012)

2012.11.27 23:48

DJUNA 조회 수:9247


[엔드 오브 왓치]의 감독 데이빗 에이어가 참여한 거의 모든 작품들은 LAPD나 LA 밑바닥 세계를 소재와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군대 가기 전 십대 시절을 그 곳에서 보냈대요. 언젠가 그가 자기 이름을 건 텔레비전 시리즈를 하나 만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영화보다는 텔레비전이 그의 비전과 스타일에 더 어울려 보여요.

[엔드 오브 왓치]도 LA의 가장 험악한 지역을 순찰하는 두 LA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조금 다른 점은 영화가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형식을 빌어오고 있다는 것이죠. 주인공 중 한 명인 브라이언 테일러는 동료 마이크 자발라와 함께 순찰을 돌면서 카메라를 하나 가지고 다닙니다. 클립 형으로 가슴 주머니에 차는 것까지 포함하면 세 개죠. 야간 영화수업을 듣는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이 정말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장르의 엄격한 활용을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분명 일부는 테일러와 자발라가 찍은 게 맞아요. 그들과 만나는 다른 사람들이 찍은 장면도 없지는 않을 테고요.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비디오 촬영이라면 영화의 내용이 아주 이상해져버릴 겁니다. 에이어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극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스타일과 현장감만 가져오고 일반극영화와 적당히 타협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별다른 스토리 전개 없이 테일러와 자발라의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LA의 가장 험악한 동네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전엔 흑인 지역이었던 곳을 멕시코계 주민들이 밀어내고 있는 곳이죠. 그와 함께 히스페닉 갱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멕시코 마약 조직이 올라오고 있고요. 영화는 그런 곳에서 제복 경찰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안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립니다.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테일러와 자발라의 파트너쉽과 우정이고요. 에이어가 가지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지식과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현실성이 결합한 결과, 이 부분에서 영화는 굉장히 강한 사실성을 부여받습니다.

후반부에서는 보다 분명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순찰 중이었던 테일러와 자발라는 어쩌다보니 마약조직의 아지트를 발견하고, 마약 조직에서는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게 되지요. 당연히 이들 사이에서는 폭력적인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 둘의 연결은 조금 덜컹거립니다. 후반부의 이야기만 독립적으로 이야기되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전반부의 비중과 인상이 워낙 크다보니 아무래도 중반 이후는 인위적으로 보이죠. 경찰 주인공에게 집중하다보니 주변 인물들, 특히 범죄자들이 평면적으로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건 그렇게 탓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정도 길이의 장편영화에서는 선택적 집중이 필수적이니까요. 파운드 푸티지의 도입은 절반 정도만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강한 현실성은 장점이지만 이런 장르에 늘 따라다니는 인위성을 완전히 지워내지는 못했지요.

영화에서 가장 큰 장점은 두 주인공을 연기하는 제이크 질랜홀과 마이클 페냐의 연기입니다. 그런데 에이어의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대부분 좋았어요. 배우들이 잘했고 노력도 했겠지만, 감독이 자라오면서 온몸으로 익혀온 이 지역에 대한 풍성한 지식이 작업 중 배우들에게 준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죠. (12/11/27)

★★★

기타등등
질랜홀과 페냐는 영화 찍기 위해 LA 경찰들과 5개월 동안 같이 다녔다고 하더군요. 질랜홀은 첫날 살인도 목격한 모양이고.

감독: David Ayer, 배우: Jake Gyllenhaal, Michael Peña, Natalie Martinez, Anna Kendrick, David Harbour, Frank Grillo, America Ferrera, Cle Shaheed Sloan, Jaime FitzSimons, Cody Horn, Shondrella Avery

IMDb http://www.imdb.com/title/tt185519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53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