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Elles (2011)

2012.05.07 22:42

DJUNA 조회 수:11201


쥘리에트 비노쉬가 연기하는 안느는 [엘르]지에, 매매춘으로 학비를 버는 대학생들에 대한 기사를 쓰는 저널리스트입니다. 안느는 기사를 위해 알리시아와 샤를로트라는 두 대학생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하는데,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의 존재는 안느의 일상에 조금씩 침투해갑니다.

걱정되는 스토리입니다. 저널리스트가 주인공인 것은 좋습니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이 저널리스트 주인공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건 저널리스트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주인공일 때나 그렇습니다. 인터뷰와 탐사 대상의 비중이 클 경우, 이 영화 저널리스트는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밖에 못하는데, 여전히 영화의 주인공인 것입니다. 함정인 거죠.

[엘르]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건, 저널리스트 주인공이 아니라 매매춘으로 학비를 버는 대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대학생들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그들은 여러 고객들을 만나고 사생활에서 몇몇 위기를 맞는데, 그것들은 영화가 들려주지 않아도 다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고, 모두 에피소드 위주라 드라마로 발전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바에야 차라리 [세브린느]를 다시 보는 편이 나은데, 아, 전 이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죠.

보다보면 왜 이들이 두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알리시아와 샤를로트는 캐릭터로서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요. 알리시아쪽이 폴란드인 유학생이라는 걸 제외하면요. 이들이 인터뷰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그들의 캐릭터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그런 직업을 가진 여성이라면 다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에요. 충분히 한 명으로 커버가 가능해요. 지금 상태에서는 각각 안느를 나누어 가지게 되고, 그 때문에 안느와의 관계도 약해져 버리죠.

영화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섹스입니다. 분량도 많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주는 장면들은 아니죠. 몇몇은 일부러 관객들을 자극하고 괴롭히기 위해 넣었고, 주제를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단지 이 에피소드들이 주인공에게 끼친 영향은 어리둥절합니다. 아무리 안느가 중상층의 안락한 성역 안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직업은 심지어 여성지 저널리스트죠. 두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걸요. 모르는 것들이 몇 개 있다고 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뀔 정도도 아니고. 알리시아와 샤를로트의 고객들이 안느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후반부의 만찬 장면은 재미있지만 거기에 갈 수 있는 더 좋은 길은 얼마든지 있죠. (12/05/07) 

★★

기타등등
안느의 엄마로 나오는 배우는 크리스티나 얀다. 영화 끝나고 IMDb를 확인한 뒤에야 알았지요.  하긴 한 동안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으니.

감독: Malgorzata Szumowska, 출연: Juliette Binoche, Anaïs Demoustier, Joanna Kulig, Louis-Do de Lencquesaing, Krystyna Janda, Andrzej Chyra, Ali Marhyar, Jean-Marie Binoche  

IMDb http://www.imdb.com/title/tt154958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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