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2014)

2014.03.27 22:32

DJUNA 조회 수:10269


[완득이]의 이한 감독이 다시 한 번 김려령의 청소년 소설을 각색했습니다. 이번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완득이]보다 훨씬 어두워요. 완득이의 인생도 참 갑갑하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나 소설은 그를 극복할만한 유머가 풍부했잖습니까. [우아한 거짓말]에도 유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유머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끔찍한 비극을 겪고 있는 주인공들이 냉정한 척하기 위해 일부러 던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천지라는 중학생의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유서도 없었고 엄마 현숙이나 언니 만지는 그 때까지 어떤 낌새도 느끼지 못했지요. 새 집으로 이사를 온 가족은 천지없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만지는 천지의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천지에게 가족들이 몰랐던 또다른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의 중심엔 천지의 친구라는 화연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각색입니다. 하지만 대사나 상황의 상당부분을 그대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차이가 있죠. 처음부터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이들에게 약간의 미스터리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동생의 비밀을 밝히는 만지의 여정은 원작보다 조금 더 추리물에 가깝습니다.

천지의 비밀 자체는 겉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가족이 눈치채지 못했다지만 그 아이가 집단 따돌림의 희생자라는 건 금방 드러나지요. 대신 영화는 한 명의 구체적인 악역을 설정하는 대신 천지의 가해자들을 될 수 있는 한 입체적으로 그리며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속한 집단이 그런 행동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전 종종 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이들을 지나치게 입체화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중반에 나오는 체육복 돌려주러 온 아이 정도 깊이의 생각밖에 없을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영화의 '쿨한' 태도는 이런 소재를 다룬 한국 영화들이 종종 취하는 극단적인 멜로드라마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하려는 시도처럼 보입니다. 그 때문에 무척 단아한 영화가 나오긴 했는데 종종 갑갑하거나 어색한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코미디들은 연출부터 다른 장면과 따로 놀아요.

관객들의 시선을 가장 끄는 것은 대부분 여성배우들로 이루어진 캐스팅일 것입니다. 이들 중 누가 더 잘 했는지를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이들은 각개전투를 하는 대신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앙상블 연기를 하고 있고 개별 배우들의 연기력보다는 감독의 연기지도가 더 드러나는 영화니까요. 다들 자기만의 연기를 빛낼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엉뚱하게도 전 주연보다는 오히려 두 자매의 친구로 나오는 천우희와 유연미 쪽에 가장 시선이 가더군요. 둘 다 잘 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이고 복잡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장면은 원작에서 가장 멀 뿐만 아니라 영화가 열심히 유지하려 하는 쿨한 태도에서 가장 벗어나 있지요. (14/03/27)

★★★

기타등등
영등포 CGV에서 보았는데 (마스킹! 마스킹!)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요새 CGV에서 광고 틀 때 써먹은 스크린엑스인가로 극장 양 옆 벽에 공익광고스러운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지는 않았는데 여전히 사족처럼 보입니다.


감독: 이한, 출연: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천우희, 유연미, 유아인, 성동일, 다른 제목: Elegant Lie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Elegant_Lie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6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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