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배드 Despicable Me (2010)

2010.09.03 09:54

DJUNA 조회 수:17072


그루는 슈퍼 악당입니다. 정체불명의 악센트에서부터 가지고 다니는 장난감들에 이르기까지, 딱 007 영화의 세계에 어울릴 법한 인물이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슈퍼 악당들이 하는 일은 도대체 뭔가요? 그들은 주로 전세계의 유적들을 훔쳐서 자기네 집 뜰이나 지하실에 숨겨놓습니다.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에 이들은 악당보다는 크리스토/잔-클로드 커플 타입의 예술가에 가깝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루는 정체불명의 경쟁자가 기자의 피라미드를 훔친 것 때문에 기분이 영 안 좋습니다. 경쟁자를 넘어서기 위해 그루가 짠 계획은 달을 훔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악당 은행("Formerly Lehman Brothers")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모 정부에서 발명한 축소광선기를 훔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가 간신히 훔친 축소광선기는 다른 악당이 훔쳐가고 그는 그 물건을 다시 되찾기 위해 쿠키를 팔러다니는 어린 고아 소녀 세 명을 이용할 계획을 세웁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삼천포로 빠집니다.


[슈퍼 배드]는 곰인형 같은 영화입니다. 원래 곰인형이란 사람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야수를 안고 잘 수 있는 귀여운 장난감으로 개조한 게 아닙니까. [슈퍼 배드]의 그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실제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스꽝스럽고 귀엽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가 하는 일도 지구를 멸망시키는 게 아니라 세 고아 소녀를 입양해 좋은 아빠가 되어 주는 것이니까요. 


'악당 인형'으로서 [슈퍼 배드]는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티브 카렐이 그럴싸한 목소리를 입혀 준 그루는 잘 디자인 된 캐릭터입니다. 그의 장난감들이나 정체불명이지만 하여간 귀여운 부하들인 미니언(대문자로 시작합니다)들도 어린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만 합니다. 달을 훔친다는 계획은 위험천만이지만 그만큼이나 동화적으로 명쾌하지요.


단지 이 영화에는 진짜 스토리보다는 디베르티스망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잔재주 대부분은 미국 대중문화의 따분하기 짝이 없는 재생산으로, 남들 개인기하는 거 구경하는 기분입니다. 전 세 어린 소녀들이 잘 되길 바랐고 그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너무 달콤하고 감상적이었습니다. 어차피 악당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조금 더 담대하고 뻔뻔스러울 수 없었을까요(10/09/03)



기타등등

[슈퍼 배드]는 나쁘지 않은 번역제지만 그렉 모톨라의 코미디 영화와 헛갈립니다.  


감독: Pierre Coffin, Chris Renaud, 출연: Steve Carell, Jason Segel, Russell Brand, Julie Andrews, Will Arnett, Kristen Wiig, Miranda Cosgrove, Dana Gaier, Elsie Fish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32359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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