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Wu xia (2011)

2011.11.08 00:08

DJUNA 조회 수:9091


진가신의 신작 [무협]의 전반부는 무협 버전 [CSI]입니다. 운남성의 작은 마을에 사는 제지공이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깡패 둘과 맞서 싸우다가 둘을 죽입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악명 높은 지명수배범들. 마땅히 상금을 주고 일을 마무리지어야 할 텐데, 사건을 수사하러 내려온 형사 쉬바이지는 아무래도 제지공 리우진시가 수상쩍습니다. 그는 마을에 눌러붙어 진시의 과거를 캡니다.


이 부분의 아이디어는 관객들의 시선을 끕니다. 시대배경은 1917년. 현대 서구 문명과 중국 전통 문명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던 때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리는 세계는 그냥 현실세계의 중국이 아니라 무협세계의 중국이죠. 무림 고수들이 경공을 쓰는 것이 당연한 사실로 인정되는 곳입니다. 그러니 주인공 형사의 '과학수사'는 한의학과 중국 무협 장르 신비주의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걸 보는 게 그리 재미있지 않습니다. 일단 관객들은 쉬바이지에게 공감하지 못합니다. 영화도 그걸 아는지 그의 과거에 대해 별별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지만, 그가 쓸데 없는 일을 하는 짜증나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요. 최근 들어 쉬바이지만큼 민폐, 뻘짓, 오지랖의 3종 세트가 이렇게 골고루 합친 인물을 만난 적이 없어요. 이러니 영화가 의도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진시에게는 어두운 과거가 있습니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CSI]에서 [폭력의 역사]로 넘어갑니다. 단지 '과거에 악당이었던 인물이 과거와의 연을 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의도만큼 살아남지 못합니다. 진시는 그냥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악당이 아니에요. 중국 정부에 맞서 싸우는 소수민족 탕구트족의 저항세력에 속해 있었지요. 이러니 저는 당연히 이 영화를 의심쩍게 바라보게 됩니다. 영화의 무대가 소수민족의 전시장이라고 불리우는 운남성이라는 것도 뭔가 꼼수가 숨겨 있는 것 같단 말이죠. 음, 전 이전엔 진가신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머리를 굴린 적 없는 데 말입니다.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은 견자단이 총대를 짊어진 액션 장면입니다. 특히 왕우가 연기한 최종 악당과 일대일의 대결을 하는 부분은 영화 재미의 3분의 1 정도를 책임집니다. 이 장면은 왕우가 주연이었던 모 영화의 노골적인 오마주이기도 하죠. 처음부터 이를 의도하고 영화의 나머지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향수가 느껴지고 재미있긴 합니다. 하지만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라 지나치게 튀어요.


전 무협 장르에 현대식 심리묘사를 대입한 진가신의 전작 [명장]이 흥미진진한 성공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 [무협]에는 같은 말을 못하겠더군요. 이 영화에서는 모든 게 어긋나 있으며 개별 조각들은 전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합니다. 야심이 컸다기보다는 영화의 엉뚱한 구석에 박혀있달까요.(11/11/08)


★★☆


기타등등

전 보면서 자꾸 다아시 경 시리즈가 생각나더라고요. 다아시 경이라면 당연히 이런 뻘짓 따위는 안 했겠지만.

 

감독: Peter Chan, 출연: Donnie Yen, Wei Tang, Takeshi Kaneshiro, Yu Wang, Hua Yan, Xiao Ran Li, 다른 제목: Swordsmen


IMDb http://www.imdb.com/title/tt171819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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